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정부가 올해에도 ‘제2 벤처 붐’ 확산을 위해 모태펀드를 통해 9000억원 이상을 출자, 1조 6000억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8개 부처와 한국벤처투자와 지난 2월 ‘모태펀드 2022년 2차 정시 출자공고’를 했다. 부처별 출자 금액은 중기부 6528억원, 문체부 986억원, 과기정통부 800억원, 특허청 215억원, 환경부 268억원, 국토부 200억원, 해수부 200억원, 교육부 100억원 등이다.

중기부는 창업 초기, 지역뉴딜, 벤처 재도약 세컨더리, 버팀목 등 총 14개 분야에 6528억원을 출자해 총 1조원 이상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특히 창업초기펀드 분야 중 비수도권 초기 창업기업을 투자하는 ‘지역 엔젤 징검다리 펀드’가 4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된다. 코로나19 피해기업 등에 중점 투자하는 버팀목펀드 1000억원, 장애인 또는 사회취약계층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소셜임팩트펀드는 167억원을 조성한다.

문체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위해 관련 문화산업 및 투자진흥지구 개발 사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 한국영화에 투자하는 펀드(영화진흥위원회 영화발전기금 출자), 관광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펀드에 986억원을 출자하는 등 문화 콘텐츠·관광 관련 펀드를 1562억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메타버스 기술기반 기업 M&A에 투자하는 메타버스M&A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하고 국가 연구개발(R&D) 성과 사업화에 투자하는 공공기술사업화펀드를 400억원 조성하는 등 신기술 관련 분야를 14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특허청은 특허기술 사업화 및 지식재산(IP) 출원 프로젝트 등에 중점 투자하는 특허·지식재산 관련 분야 펀드를 14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환경부는 미래환경(녹색) 산업 기업에 중점 투자하는 전용펀드 384억원, 국토부는 자율주행차·드론 등 기업에 투자하는 전용펀드 340억원, 해수부는 해양산업 전용펀드 286억원, 교육부는 학생과 교원 창업기업에 중점 투자해 대학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대학창업 전용펀드를 133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정부는 2017년 8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추경 예산을 편성해 왔다. 지난 2020년과 지난해에는 2년 연속 1조원 규모의 대규모 마중물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벤처투자는 해마다 증가,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치인 7조 7000억원을 달성했으며 벤처펀드는 지난해 9조 2000억원을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최근 미국 SVB 파산 사태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로 10% 넘게 줄어든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가 파산한 것이어서 벤처투자 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SVB 예금 전액을 보전한다는 조치를 빠르게 내렸지만 고금리 등의 여파로 기업가치 급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벤처기업 성장을 담보로 한 공격적인 자금운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내 벤처 생태계 투자심리에도 자연스레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벤처 생태계에서 대규모 투자는 주로 글로벌 VC 또는 외국계 출자자(LP)를 확보한 대형펀드를 통해 이뤄진다. 외국계 VC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상업은행 역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출자에 보수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SVB 사태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벤처투자 시장 냉각기가 더욱 길어지고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모태펀드 추가 공급 등 우리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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