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촉구 시국미사'가 열린 가운데 시국미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흔들고 있다. (출처:뉴시스)
지난 20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촉구 시국미사'가 열린 가운데 시국미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흔들고 있다. (출처: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진보 진영 기독교계가 정치문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대통령 퇴진 시국미사’를 연 데 이어 개신교계서는 ‘윤석열 정권 회개 기도회’를 진행하는 등 진보 종교계의 대정부 투쟁 물결이 거세지는 모양이다. 

최근 부산에서는 개신교 단체가 주관하는 첫 시국기도회가 개최됐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부산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부산기독단체연대는 지난 24일 동구 항일거리에서 기도회를 열고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제3자 변제 방안,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관련 발언·연설 등 여러 사안과 관련 “대일 굴종외교에 당혹감과 참담함을 느낀다”며 “매국적인 굴종외교를 펼친 당신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안은 피해자와 희생자들, 국민에게 통한의 사과를 하고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었고, 일제강점기 피해자와 희생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국익 봉사는커녕 국민 자존심을 무참히 뭉갰다”며 “대통령 퇴진만이 떨어진 국격을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잘못된 한일관계를 바로잡고 강제동원 노동자들과 위안부 피해자들, 그리고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간절함을 시국기도회를 통해 하늘에 아뢰고, 앞으로 모든 양심 있는 세력들과 함께 연대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기도하며 투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시국선언은 지난 20일 천주교가 먼저 나섰다. 20일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이후 첫 시국기도회를 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전국사제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 14개 교구를 돌아가며 시국기도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복절 전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미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앞서 시국미사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은 “윤석열 그는 누굴 위한 대통령입니까,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할 때, 바로 그때가 왔습니다. 돌들이 소리칠 바로 그때가 지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 기독교계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로 나뉜 종교계가 또 대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보수 개신교 연합기관은 윤석열 대통령 행보에 지지와 공감을 표명하고 있어 보수 교계가 정권 퇴진 운동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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