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타격망 ‘킬체인’ 무력화 노린듯

軍대비체계 시험‧요격망 교란 의도도

[서울=뉴시스]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21일부터 23일까지 새로운 수중공격형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2023.03.24
[서울=뉴시스]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21일부터 23일까지 새로운 수중공격형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2023.03.24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24일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중 핵공격 무인기 수중폭발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상공 600m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진행했다고도 했다.

최근 투발수단뿐 아니라 지상과 공중에 이어 수중에 이르기까지 핵 탑재 플랫폼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인데,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지만 남측을 겨냥한 핵‧미사일 위협을 전방위로 강화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우리 군의 탐지·방어망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인데,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을 빌미 삼아 핵능력 강화 기회로 삼는 등 갈수록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어 한반도 긴장국면이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北, 21~23일 ‘수중핵드론’ 폭발시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새로운 ‘수중공격형무기체계’에 대한 수중폭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수중공격형무기체계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수중드론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이 ‘수중핵드론’의 수중 폭발시험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수중폭발시험을 감행한 핵무인수중공격정은 동해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침로를 80~150m의 심도로 59시간 12분간 잠항했다. 모의 핵탄두(시험용전투부)를 탑재한 이 수중핵드론은 ‘적의 항구’를 가상한 함경남도 홍원만 수역(신포 앞 일대 해상)의 목표지점에 도달해 수중폭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이 수중핵드론의 임무는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해 수중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한의 해군 작전기지와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핵 추진 항공모함 등이 타격 목표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쓰나미를 의미하는 ‘해일’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무기는 “작전을 위해 임의의 해안이나 항구에 배치되거나 수상선박에 의해 예인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어느 때건 작전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는 북한의 비교적 뒤처진 잠수함 능력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인수중공격정을 수중핵전략공격무기체계로 규정했다. 이 수중핵전략무기체계는 지난 2012년부터 개발을 진행했다. 그리고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 이 수중핵전략무기체계가 비공개로 보고됐다. 당 8차 대회에서 비밀병기 ‘해일’로 명명됐고, 당 대회 이후 지난 2년간 50여차의 각이한 최종단계의 시험을 거쳤다.

◆北주장 의문이지만 과소평가 안돼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전문가 안킷 판다씨는 이날 트위터에 “이 발표가 기만적인 전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만한 능력을 신뢰할 수 있을만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중드론을 가지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이 같은 발표는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게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북한은 무인 해상용 핵드론을 전투에 배치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수중 핵드론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보다 광범위한 핵 투발 능력의 고도화를 위한 시도와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이 단순히 핵탄두를 비축하는 것에서 벗어나 투발 수단을 더 발전시키고 다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무인 해상용 핵드론의 계속된 운용을 비롯한 폭발 실험이 북한에게는 핵물질을 탑재할 수 있는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무인 수중드론이 탐지되지 않고 깊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어 센서와 레이더와 같은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며 “러시아가 비슷한 무기인 핵 능력을 갖춘 포세이돈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기술 수준이 거기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다. 북한으로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박사는 통화에서 “북한은 언제든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는 분명히 향후 추가 핵실험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정당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수중핵드론 폭발실험을 직접 감독했다고 밝혔고,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과 핵무인수중공격정 모형, 수중 폭발로 보이는 장면 등이 담겼다.

◆핵탄두 폭발 모의훈련도 진행

아울러 북한은 지난 22일에는 전략순항미사일부대들의 전술핵공격 임무 수행절차와 공정을 숙달하기 위한 발사훈련도 진행했다. 탄두부에 모의 핵탄두(시험용전투부)가 탑재된 전략순항미사일을 600m ‘초저고도’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을 했다고 통신은 알렸다.

지난 19일 전술탄도미사일(KN-23·이스칸데르)을 800m 상공에서 폭발시험을 했고 이번에는 고도를 200m나 낮췄다. 고도 800m는 지상 표적에게 파괴·살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높이지만, 낮아지면 광복사(전자파 복사, EMP)와 폭풍파는 줄어든다. 대신 방사능 낙진은 늘어나 살상반경이 수㎞에 달하는 등 그 범위가 확대된다는 게 이춘근 국제정치학 박사의 강조점이다.

통신은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 작도동에서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형’ 2기와 ‘화살-2형’ 2기는 동해에 설정된 1500㎞와 1800㎞ 거리를 타원 및 ‘8자형’ 궤도를 따라 각각 7557~7567s(초)와 9118~9129s(초)간 비행해 목표를 명중타격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화살-1형과 화살-2형의 비행 특성상 그 표적에 맞춰 폭발 고도가 설정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이동식발사차량(TEL)뿐 아니라 열차, 저수지, 수중 등 핵탑재 무기 플랫폼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잠수함에서 발사, 19일 지하 발사 시설 사일로(silo)에서 탄도미사일을 쏜데 이어 23일 핵무인수중공격정 시험도 같은 맥락인데, 이를 통해 우리 군의 타격체계인 킬체인 무력화를 의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을 빌미로 핵‧미사일 능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동시에 발사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며 우리 군의 대응체계 시험과 함께 탐지자산을 교란하려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간을 12일 오전 7~8시경, 14일 오전 7시 41~51분경, 19일 오전 11시 5분경, 22일 오전 10시경 등 임의로 조정하고 있고 남포 주변, 신포 인근 해상, 동창리 인근, 이날 함흥 일대 등으로 장소를 달리하며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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