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육부가 ‘정순신 변호사 아들’ 논란을 계기로 학교폭력 가해자는 대학 입시에서 반드시 큰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교육부 장관은 ‘가해자 엄정 대응, 피해자 우선 보호’를 원칙으로 가벼운 사안은 교육적 해법을 우선하고, 지속적이고 집단적이고 악질인 사안은 엄벌주의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개편하겠다고 하니 바람직한 방향이다. 학교장에게 학교폭력 수사 요청권까지 부여하겠다니 기대가 크다.

국회에서 학교폭력 징계 학생부 기재 기한을 2년에서 10년으로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으로 판결받은 중대한 학교폭력 징계 기록은 전과 기록처럼 생활기록부에 영구히 남겨야 한다.

대학 입시에서도 생색내기식 감점 정도가 아닌 당락에 영향을 줄 정도로 점수를 반영해 학교폭력은 패가망신의 길이란 걸 이번 대책을 통해 확실히 인식시켜야 학교폭력이 근절된다. 엄벌주의가 만능은 아니지만, 학교폭력만큼은 강력한 대책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집을 제외하고는 세상의 전부다. 매일 가는 학교에서 또래의 친구에게 폭력을 당하는 건 죽는 것만큼 고통이다.

필자도 초등학교 1학년 때 육지에서 제주도로 전학해 말도 틀리고 풍습도 틀린 제주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왕따’ 당한 경험이 있다.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게 악마의 소굴로 향하는 기분이라 엄마의 회초리를 맞으면서도 학교 안 간다고 버틴 기억이 난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2번이나 도피성 전학을 가야 했고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다.

학교폭력은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로 치부할 게 아니다. 학폭은 한 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학습, 심지어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학교에서 매일 공포를 경험하는 건 피해자에겐 고문이다.

대부분 학폭이 다수가 1인에게 하는 경우가 많아 학폭은 당하는 피해자의 용기만으로 이겨낼 수 없다. 교사나 어른의 도움이 없으면 피해자는 절망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어 주변의 관심이 가장 필요한 사안이다.

필자도 학폭을 당해본 경험이 있어 교사로 근무할 때 학생들끼리 벌어지는 사소한 왕따나 학폭에 초기부터 강력하게 대응해 근절시켰다. 학폭은 학교나 교사,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방하고 근절시키려는 의지가 있으면 줄어든다.

자녀의 인성에 관심이 없는 부모나 교사의 무관심이 합쳐지면 학폭은 무섭게 자란다. 부모도 ‘공부만 잘하면 최고’라는 인식을 버리고 교우관계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정교육을 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과거 학폭 피해 사실을 고백하며 “이 순간도 잠 못 이루고 있을, 아픔을 가진 피해자들이 제 말에 위로받기를 바란다. 당신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상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아픔이 길겠지만 영원하진 않으니 삶을 포기하지 말라. 의기소침하지도 말라. 당신을 언제나 응원한다”는 글은 필자도 많은 공감이 된다.

학폭 피해자는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하나의 인격이지 그 누구도 그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권한이 없다. 부끄러워하고 사죄를 구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아야 하는 쪽은 가해자여야 한다. 피해자들은 학폭을 견디지 못하고 자퇴한 후 집에서만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가해자들은 떵떵거리며 살게 해서는 안 된다. 가해자가 언제 자신의 학폭 범죄가 밝혀질까 두려워하며 살게 해야 한다.

사회 모두가 가해자를 두둔하는 대신 학폭 피해자에 응원을 보내서 이겨내도록 도와줘야 한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과거 학교폭력으로 고통받고 힘들게 사는 피해자들이 있다면 참지 말고 용기 내 폭로에 동참해야 학교가 바뀐다.

아직 피지 못한 친구의 인생을 짓밟아 놓고 가해자는 잘 사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를 졸업해서라도 학폭은 언제든 사회적 처벌이 가해진다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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