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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3배로 뛴 금호산업 매각가… 자금 마련 난항
가격 얼마나 떨어질지 관건… 매각 장기화 관측도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박삼구 회장이 금호그룹 재건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룹의 재건을 위해선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금호산업의 인수가격이 당초 예상한 금액을 훌쩍 넘어서면서 인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23일 매각 가격으로 박삼구 회장에게 주당 5만 9000원을 제시, 최소 1조 218억원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4월 말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에서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이 적어낸 6007억원에 2배에 달한다. 매각가 1조 218억원(주당 5만 9000원)은 회계법인이 산정한 금호산업 주당 3만 1000원의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 90%(2만 8000원)를 붙인 가격이다.

삼일과 안진 두 회계법인은 지난 15일 금호산업 정밀실사를 통해 주당 3만 1000원을 적정한 기업가치로 제시했다. 이는 총 5369억원 규모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사 결과 적정 가격이 주당 3만 1000원 수준으로 평가된 만큼,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이 30~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7000억~8000억원을 매각 가격으로 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비싼 가격에 박 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회계법인의 실사 가격(3만 1000원)이 시가보다 비싼 상황에서, 채권단이 책정한 매각가(주당 5만 9000원)가 시가(27일 종가 1만 8800원)의 3배에 달하는 만큼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초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이 많아 금호산업 인수를 확신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측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호산업 매각가격이 크게 올라 박 회장이 자금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단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은 현재 채권단이 제시한 1조 218억원을 놓고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의 협상 과정에서 채권단이 제안한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가 관건이다.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박삼구 회장은 9월 중 매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이 협상 과정에서 여전히 비싼 가격을 박 회장에게 제안해 양측의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채권단은 6개월 내에 제3자에게 금호산업 매각을 추진한다. 제3자에게 팔 때는 채권단 보유 지분 전량(57.6%)를 팔아야 한다. 제3자 매각이 추진되면 제3자는 박 회장 측의 인수가 보다 1500억원 정도 높은 1조 1768억원을 채권단에 지불해야 한다.

제3자 매각이 불발되면 박 회장은 다시 우선매수권은 찾게 된다. 박 회장은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을 인수해야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금호산업을 지배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고속, 금호터미널 등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전부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1조원이나 되는 거액을 투자해 금호산업을 인수할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금호산업 매각의 장기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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