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치권에 기대려다가 실패”
13일부터 주총 전자투표 시작
31일 대주주 vs 소액주주 대결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KT 광화문지사.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KT 광화문지사. ⓒ천지일보DB

[천지일보=손지하·김민철 기자] 차기 대표이사 선임 건으로 여권의 외압을 받는 중인 KT가 ‘친윤’ 인사를 주요 직에 내정했다가 되려 역풍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고 분류된 인사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이제 남은 건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있을 ‘표 대결’이다.

◆‘윤정식·임승태’ 인사, 결과적으로 악수

앞서 KT는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윤 내정자는 OBS 경인TV 사장을 지냈으며 윤 대통령과는 충암고 동문이다. 임 고문은 전(前)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캠프’에 특보로 참여한 전적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을 ‘코드 인사(낙하산 인사)’하려는 KT의 의도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근데 내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들 모두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양측 다 공식적으로는 개인 사유로 사퇴했다.

내부에서는 악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지금껏 CEO 리스크는 경영진이 실적 포장과 정치적 줄 대기에 의존해 발생한 것이었는데 이 경영진들이 놀랍게도 위기가 닥치자 더욱 정치적 줄 대기를 강화하고 있다”며 “난데없이 윤심을 대표한다는 이를 사외이사와 자회사 사장으로 영입하고 이를 통해 위기가 해소될 것처럼 떠들다 망신을 자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흠결투성이 구현모 대표의 무리한 연임 추진으로 이 같은 위기가 시작됐다”며 “KT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역할은 실종됐고 급기야 이권 카르텔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KT의 지배구조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KT의 문제점 때문에 (사퇴한 후보자가)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지명받을 때는 좋았는데 하고 보니까 뭔가가 이상해서 알아보니 뭔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자가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받아들여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자신이 (대표이사로) 선정될 때 불완전한 시스템 속에서 선정이 됐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짚었다.

윤경림 후보자는 최종 후보로 이사회의 선택을 받은 날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제공: KT) ⓒ천지일보 2023.03.07.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제공: KT) ⓒ천지일보 2023.03.07.

◆남은 건 주총… 신한은행 선택 ‘관심’

가타부타 말이 많지만 윤경림號 KT의 출항 여부는 31일 주총에서 결정된다. 대주주와 소액 주주들의 행보가 크게 조명받고 있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시도한 시점부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대해 반발했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은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출 등 주요 안건에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대주주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KT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선은 3대 주주인 신한은행의 의결권 행사 여부로 향한다. 신한은행은 국민연금(10.12%)과 현대차그룹(7.79%)에 이어 KT의 3대 주주다. 지난해 1월 신한은행과 KT는 미래성장 디지털 전환(DX) 사업 협력을 위해 약 4375억원씩을 들여 지분을 맞교환했다. 당시 신한은행이 확보한 KT 지분은 5.48%에 이른다.

하지만 이것이 의결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협력은 ‘전략적 파트너십’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다”며 “실제 지분 맞교환 당시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KT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했었다”고 설명했다.

남은 건 소액 주주들의 선택이다.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통신 규제 선언과 정치권의 대표이사 선임 개입으로 KT의 주가가 떨어지자 소액 주주들은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이들 주주는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에서 ‘대표이사 선임 찬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13일 기준 1220여명의 회원이 뭉쳤다. 이날 시작된 KT 주총 전자투표에도 참여하고 인증 글을 올리고 있다. 소액 주주의 지분은 약 57% 정도다.

다만 KT가 주총을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건 아니다. 윤 정부가 통신 산업을 대상으로 규제의 칼날을 겨눈 가운데 특히 이번 건으로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KT에 가볍지 않은 족쇄가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