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맥주 물가지수, 10.5% 올라
가공식품 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나
주류 제조업체, 출고가 인상 영향
‘종량세 물가연동제’ 재검토 계획

마트에 놓여있는 주류 제품들. (출처: 연합뉴스)
마트에 놓여있는 주류 제품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지난달 식당에서 판매되는 맥주·소주·막걸리 등 주류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10%가량 오르는 등 마트 등에서 파는 주류 상승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품목 중 맥주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0.5% 오른 112.63(2020년=100)이다. 이는 가공식품 맥주 상승률(5.9%)을 웃도는 수치다.

기존 편의점·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맥주 물가보다 외식으로 판매되는 맥주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올랐다.

맥주뿐 아니라 다른 주류도 이와 비슷했다. 소주의 경우 외식 품목이 11.2% 오르면서 가공식품 상승률(8.6%)을 웃돌았고 막걸리도 품목 상승률이 5.1%를 기록하면서 가공식품 상승률(1.6%)보다 높게 나타났다.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판매되는 주류 등 물가는 주류 제조업체들이 수년 만에 맥주·소주 등의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연쇄적으로 오르는 양상이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2월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를 7.9% 인상했다. 진로의 경우 2019년 출시 후 첫 출고가 인상이었다. 같은해 3월에는 병·캔·페트병류의 테라와 하이트 맥주 출고가를 평균 7.7% 인상했다. 맥주 출고가 인상은 2016년 이후 6년 만에 이뤄졌다.

롯데칠성음료는 3월 처음처럼 병 제품 가격을 7.7%, 640㎖ 페트 제품을 6.7%, 청하를 5.1%, 백화수복을 7%대로 올렸다. 처음처럼과 청하의 경우 2019년 이후 처음, 백화수복과 설중매의 가격은 2012년, 2010년 이후 첫 인상이었다.

이후 2019년 7월 이후 3년 만인 같은해 11월 ‘클라우드’ 출고가를 평균 8.2% 인상했다.

오비맥주는 2016년 11월 이후 5년 4개월 만인 3월 카스와 한맥 등 국산 맥주 출고가를 평균 7.7% 올렸다. 한라산21·한라산순한17 등 한라산소주의 출고가도 2019년 이후 3년 만인 같은해 3월 인상됐다.

무학도 3월 ‘좋은데이’ 가격을 평균 8.4% 올렸다. 이는 2020년 1월 이후 2년 만에 이뤄진 가격 인상이다.

업계는 하나같이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공병 취급수수료, 제조경비 등이 큰 폭으로 올라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출고가 인상은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져 편의점 및 대형마트 등에서는 소주와 맥주 판매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다만 소주·맥주 제품 가격 인상 외에도 식당을 운영하는 부대 비용도 식당 주류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총괄은 “외식 쪽에서 소주·막걸리 등의 가격 인상은 원자재 비용 더하기 인건비 등 식당 자체를 운영하는 비용들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외식산업연구원이 일반음식점 외식업주 130명을 조사한 결과 55.4%(72명)가 소주 출고가 인상에 따라 소주 판매가격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라고 답했으며 이미 올린 업주들은 병당 500∼1000원을 인상했다고 답했다.

정부는 연쇄적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맥주·탁주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종량세는 가격이 아닌 주류의 양 등에 비례해 과세하는 제도로 맥주·탁주에 대한 세금은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동돼 인상된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간담회에서 “물가연동제 제도가 오히려 시중의 소비자 가격을 편승 인상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추 부총리는 “최근 물가가 5% 상승하니 종량세를 이유로 예를 들어 세금 탓에 15원 정도 맥주 가격 상승 요인이 있을 때 맥주 가격을 1000원에서 1015원으로 15원만 올리는 게 아니다”라며 “물가 상승에 편승해 소비자 가격이 편승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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