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태 KT 사외이사 후보, 돌연 사퇴
현대차 “대주주 의견 고려해야” 경고
주총 통과 및 사법 리스크 극복 관건
윤경림 “우려 공감… 문제 고치겠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제공: KT) ⓒ천지일보 2023.03.07.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제공: KT) ⓒ천지일보 2023.03.07.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건을 두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과 KT의 ‘총성 없는 전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국회의원들이 KT의 대표이사 선임 건에 대해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하며 막아섰지만 KT가 이를 강행하면서 강한 외압을 받는 모양새다.

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10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후보자로 내정된 지 이틀 만이다. 앞서 KT는 지난 8일 사외이사 후보로 임 고문을 포함한 4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 의안으로 올렸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거친 임 고문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상임 경제특보를 지냈다. 또 KT는 주요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에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뒤를 이은 2대 주주 현대차그룹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국민연금은 KT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현재는 KT와 지분 교환으로 혈맹을 맺었다고 평가되던 현대차그룹마저 국민연금과 같은 기조를 보이고 있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8일 현대차그룹은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출 등 주요 안건에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대주주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KT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경림 후보자를 조여오는 검찰의 수사 속도도 이례적으로 빠르다. 그는 구현모 KT 대표와 함께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7일 구 대표와 윤 후보자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의로운사람들은 검찰에 ▲KDFS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구현모 대표의 쌍둥이 형 구준모씨에 대한 불법 지원 ▲KT 소유 호텔과 관련한 정치권 결탁 ▲KT 사외이사에 대한 향응과 접대 등 4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고발 이틀 만에 구 대표와 윤 후보자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2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지사 앞에 ‘구현모 OUT’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3.02.0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2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지사 앞에 ‘구현모 OUT’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3.02.02

이에 꾸준히 지적돼 온 ‘CEO의 사법 리스크’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호계 KT 새노조 사무국장은 “이사회는 구현모 체제와의 단절이 아니라 연장을 선택했다. 이는 KT의 CEO 리스크 해소가 아니라 증폭을 의미한다”면서 “향후 온갖 사법 리스크와 논란이 난무할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판도 KT의 대표이사 선임 건으로 시끌벅적하다. “기득권·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여권 반대에도 구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한 점을 두고 KT가 공정과 상식을 어겼다”는 분석과 “KT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수작” “민간 기업인 KT의 대표이사 선임 건에 정치권의 개입이 너무 심하다”는 여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윤 후보자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그는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자가 오는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공세로 KT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KT의 소액주주들은 카페를 개설하고 집단 주주권 행사를 선언했다.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찬반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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