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8일 영화배우 김새론의 음주운전 관련 재판이 열렸다. 검사는 “피고인은 매우 높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로 음주운전을 하던 중 사고를 일으켰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도주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피해 상인들과 합의해 피해회복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형한 게 벌금 2000만원이다.

보도에 따르면 에스유브이(SUV) 차량을 몰던 김새론은 “인도 쪽으로 돌진해 가드레일, 가로수, 변압기까지 들이받아” 세 시간 이상 일대 전기가 끊겨 주변 상인과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

피해도 피해지만 인사불성이 돼 인도로 돌진해서 큰 사고를 냈음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운전했다. ‘비틀거리는 차가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한 사람이 여럿 있어 음주운전을 저지시킬 수 있었다.

인도 옆에 가드레일도 없고 가로수도 없고 변압기도 없고 그 자리에 사람이 지나가거나 서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겠나? 목숨이 여럿 끊겼거나 평생 장애로 고통스런 삶을 살게 됐을 것이다. 사람들이 신고하지 않았으면 사람이 목숨을 잃었거나 다쳤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생명·안전을 위협한 인물인데 벌금형을 구형하다니 말이 되나 싶다.

검찰은 자백과 피해회복을 들어 낮은 구형량에 대해 변명하고 있으나 국민 안전을 먼저 생각할 줄 모르는 공권력의 민낯을 드러낸 거라 본다.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을 구형한 검사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다.

피해회복에 노력하고 범행을 자백하면 음주운전한 범죄가 가벼워지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쫙 깔려있고 블랙박스가 곳곳의 현장을 비추는 요즘 같은 시대에 자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있나? 피해회복은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이기 때문에 법을 엄정히 집행해야 할 국가 기관이 거론할 이유가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형을 가볍게 하는 검찰과 법원이 음주운전이 만연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을 마련하고 있다. 형량이 낮은 법률을 만든 국회의 책임도 따져야 하고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 불감증에 빠져 허술한 법률을 더 허술하게 만든 책임 또한 따져야 하지만 경찰, 검사, 판사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경찰, 검찰, 법원이 모두 한통속이 돼 양형기준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로 죄를 가볍게 하는 시스템을 가동해 온 것 아닌가?

죄지은 것만큼 죗값을 감당하는 관행과 문화, 법제가 정착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 경찰, 검사, 판사에게 영향을 강하게 끼칠 수 있는 사람은 죄가 아주 가벼워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들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검사와 판사의 재량권이 작동하는 공간이 크게 만들어져 제멋대로의 판결이 횡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새론의 재판을 예로 들었지만 음주 운전자에 대한 검찰의 물러터진 대응은 김새론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래서 깎고 저래서 깎는 행태를 반복한다. 판사 역시 같은 행태를 보인다. 그래서 한통속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이채익 의원실에 따르면 2018~2021년 음주운전 하다 적발된 경찰관은 305명이다.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현황이 궁금하다. 과연 추상같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었을까?

음주운전 관련해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일정한 농도 이상의 음주가 측정되면 5~10일 구류에 처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거다. 이건 누구나 예외 없이 적용될 거니까 지금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형벌을 깎아주는 모습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다.

구류 제도가 도입되면 “중요한 일이 있는데 음주운전으로 못 움직이면 막대한 손해가 난다”는 판단이나 “5일 이상 구류가 되면 인생 자체가 꼬인다”는 판단이 서게 될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경각심이 크게 높아져 음주운전이 급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번 실행해 봄 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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