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올해 대통령 3.1절 기념사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관점은 피해자 책임주의이고 방향은 퇴행적이며 내용은 굴욕적이다. 후손이 볼까 두렵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3.1혁명을 기리는 기념사를 하면서 3.1항쟁의 정신을 깔아뭉갰다. 분노를 넘어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일본군 성노예제와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와 배상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독도에 대한 도발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기 바쁜 일본이다. 기념사에는 이에 대해 결기에 찬 말 한마디 없다. 무장해제의 모습이고 저자세의 끝판왕이다. 이번 기념사는 앞으로 일천년 동안 가장 부끄러운 정부 차원의 문서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임진왜란(조일전쟁)은 제쳐 놓고 근대 역사만 보더라도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철천지원수였다. 일본 제국주의는 1975년 거대한 군함들을 부산 앞바다에 보내 군사적 위협을 가한 데 이어 강화도, 영종도를 침략해 우리 동포 수십명을 살육하고 주권을 침탈했다. 곧이어 군함 7척을 끌고 와 협박을 하고 군대를 강화도에 상륙시켜 불평등조약을 강요했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직후에는 내정에 개입하고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강요해서 주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재정적 타격을 입혔다.

1894년 갑오년에 대규모의 군대를 인천에 상륙시킨 뒤 서울과 왕궁을 점령한 침략국이다. 부정부패 척결과 침략군대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일어난 동학농민군과 우리 민족을 대량 살육(제노사이드)한 용서할 수 없는 적국이 바로 일본이다. 1년 뒤에는 무장한 사악한 무리들을 경복궁에 침투시켜 왕비를 살해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1904년엔 한일의정서라는 이름의 ‘조약’을 강요해 국토를 유린하고 민중들을 학살했다. 이듬해에는 무력을 동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주권을 강탈했다. 일제 침략에 저항하는 의병을 대량 살육하고 무수한 독립지사를 감옥으로 끌고 갔다. 급기야 1910년에는 공식적인 식민지로 만들었다. 1919년 3.1항쟁 때 평화적으로 독립을 외치는 2000만 민중을 수도 없이 살육하고 총검으로 찌르기를 일삼은 원수의 나라가 바로 일본제국이다.

기념사를 보면 식민지를 겪은 민족으로서 결기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흐름에 대한 경계심도 전혀 없다. 제국주의 후예의 구미에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모습에 일본 제국주의 후예들이 얼마나 환호작약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했다.

과거 침략자의 근성을 탈각하고 이제는 환골탈태해서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가 되었다는 의미인가? 그런 일본이 일본군 성노예 강요와 강제징용에 대해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고 영토 도발을 일삼고 역사 교과서에 침략행위를 미화하는가?

일본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오만방자에 적반하장이다. 이런 태도를 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부터 그런 족속이었으니까 당연한 모습이지 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쪽의 진실만 담긴 말이다. 제국주의 후예들인 현재의 일본 정부가 보이는 행동 이면에는 한국 정부의 잘못된 처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저자세 외교와 박근혜 정권의 반인륜적인 ‘불가역적 위안부 합의’가 후안무치 일본을 만들었다. 대통령은 우리 잘못으로 주권을 잃었다는 망발까지 했다. 일본 정부를 향한 윤석열 정권의 맹목적인 구애는 일본의 침략주의 근성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이런 내용의 경축사라면 안 하는 게 백번 낫다. 독립운동을 한 선열들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의 3.1항쟁 기념사를 듣는다면 얼마나 슬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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