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보 반환 결정 2년 지난 지금도 깜깜무소식
문화재청, 도난품이란 이유로 반환제의 거절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돌려준다던 문화재가 2년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다. 이에 문화재 환수운동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가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안민석 의원실은 지난 2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정왕후 어보의 조속한 반환을 촉구했다. 문정왕후 어보는 지난 2013년 9월 반환 결정이 내려졌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까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문정왕후 어보는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아델리아 홀 레코드’를 확인한 후 이에 근거해 2010년부터 반환운동을 펼친 끝에 2013년 9월 LA카운티박물관(LACMA, 라크마)과의 2차례 협상 후 조건 없이 대한민국에 돌려주겠다는 반환 발표를 이끌어낸 문화재다.
민간단체 주도로 이뤄진 쾌거였지만 이 기쁨도 잠시, 문화재청이 반환 제의를 거절하면서 일이 꼬였다. 문화재청은 문정 왕후 어보가 도난품이란 이유로 미국 국토안전부(HSI)에 수사진행을 요청, 반환 발표 10여일 후 만에 HSI로 압수되면서 지금까지 반환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미군이 6.25전쟁 중 대한제국 국새를 비롯한 조선왕실 어보 등을 훔쳐간 정황을 파악하고 계속해서 돌려줄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직접 약탈 문화재를 들고 와 돌려달라는 이른바 ‘응답하라 오바마-왕의 귀환’ 작전을 펼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비웃었던 ‘응답하라 오바마’ 프로젝트는 2014년 4월 25일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방한 당시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성공을 거뒀다.
이때 돌려받은 약탈 문화재는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를 비롯한 조선왕실인장 9점이다. 문정왕후 어보의 발견으로 대한제국 국새까지 찾게 됐지만 그 돌아올 날을 기약할 수 없는 문정왕후 어보의 기구한 운명.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은 “이제는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되기에 ‘제2의 문정왕후 어보 반환운동’을 시작한다”며 “어보를 보관 중인 미국 국토안보 수사국에 ‘문정왕후 어보 반환 촉구 진정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기증받은 시애틀미술관 소장 덕종 어보는 문정왕후 어보와 동일한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협상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HSI에 수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은 덕종 어보를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문화재 환수의 모범적인 사례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벌인 바 있다” 며 “문정왕후 어보의 경우 반환 발표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가 종결되지 못해 반환이 훨씬 늦어지고 있다. 이는 덕종 어보 반환과 비교해 볼 때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졸속행정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안민석 의원은 문정왕후 어보가 돌아오는 날까지 대대적인 환수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HSI 와 라크마, 문화재청장에게도 진정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