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교황 방문 이후 추진
“종교 간 포용을 위한 단지”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유대교, 천주교, 이슬람교 세 종교의 예배당이 공존하는 종교 단지 ‘아브라함 가족의 집’이 완공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아부다비 사디야트섬에 세 종교의 예배당이 모인 종교 단지가 세워졌다. 각각 유대교, 천주교,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세 벤 마이몬 예배당’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 ‘이맘 알타예브 모스크’가 7700㎡ 부지 삼각 분수 각 꼭짓점 부분에 세워졌다. 건물 3동은 종교 간 우위가 없다는 뜻에서 같은 높이로 지어졌다.
예배당은 각 종교의 요구사항과 가르침을 준수해 만들어졌다. 유대교는 회당 입구에 히브리어로 된 십계명을 새겨뒀다. 모스크는 남녀 기도실을 분리했다. 유대교 예배당은 예루살렘 쪽을, 성당은 해가 뜨는 동쪽을, 모스크는 메카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UAE는 지난 2019년 ‘관용의 해’에 아브라함 가족의 집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이슬람교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했다.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은 교황이 다녀간 뒤 “종교 간 포용을 위해 새로운 단지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단지 이름은 유대교, 천주교, 이슬람교 세 종교에서 모두 존경하는 조상 ‘아브라함’ 이름에서 따왔다. 아브라함 가족의 집은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아드자예가 설계했다. 건설하는 데 자재 비용만 수백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UAE는 이슬람교 외에 다른 종교로의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다. 개종할 시 신성모독과 배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 UAE에 아브라함 가족의 집이 건축된 건 아부다비 정부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UAE는 오는 2024년 2월 첫 힌두교 사원 개관도 앞두고 있다. UAE는 아브라함 가족의 집 건설을 추진하던 중 지난 2020년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