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래산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총, 균, 쇠’로 예측하는 미래

질병이 세계 질서 변화 알려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

정치‧사회 변화發 경제 ‘개벽’

인공지능‧로봇‧우주항공 등

곧 싹 틔울 미래산업 씨앗들

새로운 문명 전환 준비해야

[핵심요약]

◆급성장 예고된 세계 경제

세계무역은 2030년까지 30조 달러로 7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간 가장 큰 승자는 세계 경제에 효과적으로 통합된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부분 가져갔다. 제조업은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이고, 신금융자본주의가 미국 달러 자본을 통해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것인가의 문제는 물의 화학식 H2O에서 산소가 빠지는 모양새다.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새로운 문명’

우리가 어떻게 더 공정하고 포괄적인 세계화 모델에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질병이 야기한 정치, 경제, 사회적 불확실성 속에 ‘나만 살자’는 고요 속에 외침만 있는 것은 아닐까? 이래저래 불안하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건너에서는 벌써 새로운 문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진짜 위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곽수종 박사.
곽수종 박사.

 

우리는 어떤 문제에 맞닥뜨리면, 당황하다가 점차 정신을 차리며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잠시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내린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고 유럽은 냉전의 해빙 무드가 한창일 때다. 독일 국민들은 통일 후 44년간 떨어져 지내면서 달라졌던 동독과 서독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차이쯤은 문제라 여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 순간이 행복하고 영광스러웠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보다 직접적이다. 사용하는 돈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시장과 사람들의 경제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로화의 탄생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1년이 흐른 후, 구소련이 붕괴됐다. 후르시쵸프가 얘기한 대로 진즉에 서유럽과 경제개방을 하고 성장 정책을 폈다면 구 소련의 붕괴 후 러시아의 경제는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세계경제는 25억의 사회주의 경제 인구가 또 다른 25억의 자본주의 시장으로 물밀듯 밀려오는 경험을 한다. 세계 시장이 커지고,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몰려들면서 국제 통화인 달러화의 공급은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금리도 낮아졌다. 1989년 대만 자산버블 붕괴 이후 미국 금리는 급격히 추락했다. 이것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씨앗이다.

◆돌고 돌아오는 세계경제 역사

역사는 끊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종교는 이를 ‘업(carma, 카르마)’라고도 한다. 어딘가 무엇을 흘린 것 같으면, 그것은 언제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의미다. 동서 해빙은 새로운 시장의 크기를 넓혔고, 시장 참여자 수가 늘면서 호황기에 접어든다. 모든 기본 조건은 충족됐다. 여기에 기름만 부으면 세계 경제는 폭발할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개인 컴퓨터(PC) 시대가 시작됐다. 넷스케이프(Netscape)라는 인터넷이 구축된 시기다. 세계가 하나의 ‘망’에 점차 연결되기 시작한다. 개인 컴퓨터 세계는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가져온다. ‘망’에 한 번쯤 들어간 본 사람들은 이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종이 신문도 필요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보여준 것은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가 1990년 이후 ‘제이커브(J curve)’를 그린 것을 보면 안다. 그래서 두 가지다. 정치 사회적 변화가 경제적 ‘개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듯 역사는, 사회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무심히 잊고 넘어가는 ‘카르마’ 속에 새로운 싹이 트고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미국 달러화의 무차별적 살포(?)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씨앗이 됐듯이, 여기서 뿜어져 나온 미국의 자존심과 새로운 디지털을 주도한 실리콘 밸리의 호황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의 단초가 된다.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아니다. 일부 역사학자와 경제, 사회학자들이 조각난 사건을 가지고 얘기할 때 이를 다 연결하면 스토리가 나온다. 이를 두고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인간의 탐욕이 낳은 결과라 자책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던지 중요한 것은 지금도 우리는 좋든 나쁘든 어떤 씨를 뿌리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전후로 나뉘는 문명

2019년 12월 코로나 19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1991년 구소련의 붕괴는 2차 세계대전, 즉 전쟁이 가져온 결과물의 부분 종식이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를 다른 말로 하면 ‘전쟁, 질병, 산업’이다. 전쟁 다음 질병이 세계 질서 변화의 조짐을 알리는 순간이다.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션 타임즈 기고문에서 이를 ‘코로나 이전과 이후 세상(Before Corona, After Corona)’으로 문명의 전환을 예고했다.

어떤 문명의 전환이 있을까? 우리가 지금 다투는 위기냐 기회냐의 질문은 시야를 과거로 돌리는가 아니면 미래로 돌리는가에 달려 있다. 아무도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있다고 해도 고작 배터리가 돈을 번다. 반도체 시장이 어려워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며 2019년 가격 대비 40% 정도 하락할 거다는 식의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위기에 집중한다.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까지는 심하다 치면, 미래 마저도 남에게 질질 끌려다닐 게 뻔한 행동만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먼저 국회를 보라. 국민들은 가스값, 물가, 노동시장의 어려움,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등에서 비롯될 위기 문제에 해법 찾기에 골몰한다. 물론 최저생계 수준에 있는 국민들은 이보다 더 참담하다. 하지만, 어느 국회의원도 상임위와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해법을 제시하고 즉각적인 실천을 준비하자는 이는 없다. 천연가스 계약 조건을 중장기 비중을 더 넓히고, 단기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헷징 방법을 제시한다던가 하는 진실로 국민을 생각하는 자 하나 없다. 국민 세금으로 1억 이상의 연봉과 온갖 특혜와 7명의 보좌진을 두는 사람들이다. 양당은 전당대회와 방탄 국회 모습만 연출할 뿐이다. 헌법에 명시된 모든 권력의 주인인 ‘국민’은 이들 안중엔 없다. 정론직필의 언론도 실종된 지 오래다. 지면엔 미사일이 날고, 진흙탕 정치를 여과 없이 그대로 쓴다. 세상에 제일 재미있는 것 중 하나인 싸움 구경을 생중계하는 것뿐이다.

◆제이커브 발동 준비 중인 세계

코로나 이후 세계는 또 따른 ‘제이커브’를 준비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곧 시작될 ‘운명’이다. 영어로 ‘운명’이란 단어는 ‘페이트 (fate)’와 ‘데스티니(Destiny)’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나름 해석하면 전자는 이미 예정된 것이고, 후자는 인생 항해를 통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얘기한다. 챗 GPT, 인공지능, 로봇, IoT, 가상과 증강 현실, 6G와 웹 3.0, 무인자동차와 전기 자동차, 우주와 항공, 바이오와 새로운 의약품 등 미래 산업의 씨앗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몇 개가 먼저 싹을 틔울까? ‘충격적인 세계’가 곧 펼쳐질 것은 분명한데, 우리가 나누는 얘기는 주가, 부동산, 금리 얘기가 주류다. 현실도 중요하다.

동등한 기회를 허용하는 사회, 교육, 건강 및 좋은 사회보장 혜택을 생각해야 하는 미래 같은 이슈를 얘기하는 이들이 없다. 소득 5분위와 4분위는 어떻게 이참에 부동산과 주식을 줍줍할지 고민하지 않을까? 전기 자동차 배터리 기술도 사실 불안하다. 시스템 반도체나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반도체도 불안하다. 출산율은 0.8%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이라 한다. 자녀 1명 대학까지 마치는 데 3억원 이상이라 한다. 사람이 살아야, 일을 하고, 일을 해야 소득이 생기고, 소득이 있어야 소비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낳을 것이 아닌가? ‘죽은 사회’로 가는 길만 보인다.

세계무역은 2030년까지 30조 달러로 7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간 가장 큰 승자는 세계 경제에 효과적으로 통합된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부분 가져갔다. 제조업은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이고, 신금융자본주의가 미국 달러 자본을 통해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것인가의 문제는 물의 화학식 H2O에서 산소가 빠지는 모양새다.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한국경제는 가장 역동적인 국민, 기업, 정책 입안자들 덕에 ‘한강의 기적’을 낳은 경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더 공정하고 포괄적인 세계화 모델에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질병이 야기한 정치, 경제, 사회적 불확실성 속에 ‘나만 살자’는 고요 속에 외침만 있는 것은 아닐까? 이래저래 불안하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건너에서는 벌써 새로운 문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진짜 위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용어설명]

◆제이커브효과

어떤 나라의 환율이 상향조정되면(평가절하되면) 경상수지가 호전되는데, 경상수지가 곧 바로 호전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오히려 경상수지가 악화됐다가 일정기간 후에 호전되는 효과를 가리킨다. 그 모양이 “J”자와 같은 데서 생겨난 용어다.

◆총, 균, 쇠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지은 문화 이론서이다. 저자는 유라시아 문명이 다른 문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라시아 인종의 지적, 도덕적, 유전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지리적 차이에 있다는 결론을 저자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폭넓은 자료 분석으로 이끌어냈다. 인간 사회 사이의 힘과 기술의 차이는 주로 다양한 긍정적인 피드백 고리에 의해 증폭되는 환경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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