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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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PSM 퍼포먼스 스타일을 말한다. 비단 퍼포먼스에만 한정되지 않는 SM 스타일은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 한류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어느날 갑자기 형성된 것이 아니라 점차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이 때문에 케이팝의 한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SM이 하이브와 결합할 때 이러한 점을 분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돌이 스스로 자기 스타일을 매니지먼트하면서 한국형 아이돌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이를 기업 차원에서 체계화한 것은 이수만 프로듀서였다. 1996년 강원래와 구준엽으로 구성된 SM엔터테인먼트의 클론은 1따리 샤바라로 대만에 진출해 1998년 케이팝 차원에서 한류 열풍을 만들어낸다. 중화 대륙까지 진출한 그들의 활동은 1998H.O.T의 해외 진출로 이어진다. 20002월 그들은 베이징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간다. 아이돌 음악 스타일이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시작점이었다. 전대미문의 현상에 중국언론들이 앞다퉈 한류 열풍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만 해도 해외 한류가 주목적은 아니었다. 여전히 국내 활동에 우선이었고 해외 진출은 덤이었다.

20008월 보아는 해외 활동을 위해 전략적으로 런칭됐다. 세계 3대 음악 시장이라고 불리는 일본에 맞춤으로 육성됐다. 보아 프로젝트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고, 그에 상응하듯 보아는 실제로 일본 오리콘에서 최초로 1위를 하는가 하면 일본 방송을 주름잡았다. 그런데 보아는 일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룹형 아이돌은 아니었다. 더구나 소녀팬들이 좋아하는 팬덤과는 거리가 있었다. 200312동방신기는 중화권 활동을 위해 전략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한동안 풍미했던 보이그룹은 중화권을 휩쓸다시피 한다. 이는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엑소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2007소녀시대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성 걸그룹의 새로운 부활의 신호탄을 화려하게 쏘아 올린다.

SM 스타일은 아티스트 캐릭터와 퍼포먼스 스타일로 나눌 수가 있다. 아티스트는 각자의 자기 캐릭터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캐릭터는 팬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선택을 반영할 수 있게 한다. 아이돌 그룹 전체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각 멤버들에 관한 팬덤을 특화했다. 이는 덜 매력적인 멤버들을 모아놓으면 매력이 상승하는 걸그룹 효과라는 기존의 문화 심리를 뛰어넘는 구성이었다. 이런 캐릭터들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신화화의 캐릭터들이었다. 우월한 신체 비율에 초현실적인 컨셉과 패션, 메이크업을 추구한다. 현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그 안에서 세계를 구축한다. 그들이 펼치는 퍼포먼스는 케이팝의 상징이라고 여겨진 집단 군무다. 그것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역동성과 정확성에 기반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찍부터 집단적인 조기 트레이닝과 각고의 체화가 필요했다. 물론 기획과 실연자의 분리 현상 때문에 기계적으로 찍어낸 상품이라는 비판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자발적 진화를 하지 못하는 생성력의 결핍이 한류 현상에서도 발목을 잡은 점이 있다. 어느새 이수만이 현실을 넘어 초현실의 세계를 강조하며 가상국가론에 집중하는 사이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강타했다. 그것도 SM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북미권을 중심으로 열성팬이 코어 팬덤을 형성했다. 이는 단적으로 SM 스타일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는 SM의 에스파가 하이브의 뉴진스에 밀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방탄의 하이브 스타일은 신화화와 탈현실화에 있지 않았다. 철저하게 현실의 청춘들을 대변하고 반영했다. 그들과 분리되는 우월자가 아니라 그들과 동등한 같은 존재였다. 아이돌이 아니라 아이들이었다. 같은 또래로 고민과 갈등하는 존재였고 아픔과 고통을 딛고 성장하는 꿈과 희망,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을 담아내고 공유했다. 방탄소년단의 유니버스는 초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청춘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 위의 이 땅이었다. 팬들은 단지 등골브레이커를 대동한 신도들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존재들이었고, 이를 통해 자발적인 응원과 지지를 통해서 상호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동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 갔다. 비록 외모가 힙하지 않아도 패션이 혁신적이지 않아도 그 안의 심성과 정서, 세계관으로 교감했다. 그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외모만으로는 몽골리안이었다.

소유 지배구조와 주주의 이익 실현을 위해서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SM은 카카오와 하이브 사이에서 줄 타는 모양새가 됐다. 시대적 변화 속에서도 SM 스타일이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팬덤이 강하게 요동치고 있기에 주주들은 이익을 따라 떠나면 그만이어도 팬들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그 팬들을 위해서 하이브가 실현해야 할 것은 케이팝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SMIP를 미래지향적으로 만드는 것, 그런 면에서 본격적인 하이브의 시험대라고 할 수 있고, 법적 판단은 케이팝의 확실한 볼륨을 만드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이브만이 정답은 아니다. 케이팝은 다양성이 생명이기에 변증법적 대안이어야 한다. 그것은 팬심에 기반해야 한다. 과거 케이팝을 만든 것도 미래의 주인도 케이팝 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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