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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통령 얼굴 활쏘기 인권침해 아동학대 진정서’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0

“초등생도 활쏘기 참여시켜”

‘대통령 부부 샌드백’도 등장

이종배 의원 “인권침해 명백”

아동학대 특례법 위반죄 적용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20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내외와 법무부 장관의 얼굴 사진을 표적으로 만들어 어린아이에게 활을 쏘게 한 행위에 대해 인권위 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얼굴에 활을 쏘는 행위는 헌정질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 위협하는 반민주적 폭동”이라며 “특히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에게 사람의 얼굴에 활을 쏘게 하는 행위는 끔찍한 아동학대이자 대단히 비교육적인 만행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아동학대 여부와 윤 대통령, 김 여사, 한 장관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에 즉각 착수해 아동학대·인권침해 결정을 내리고 행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인권위에 촉구했다.

앞서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는 주말인 지난 11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제26차 촛불대행진 집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 중앙무대 인근 천막엔 윤석열 대통령 부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얼굴 사진을 붙인 인형 표적을 향해 활을 쏠 수 있는 ‘장난감 활쏘기’ 이벤트 부스가 마련됐다. 인형 뒤편에는 ‘전쟁 위기, 깡패 정치, 친일 매국’ 등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행사는 특정 정치적 성향을 지닌 집회 참가자뿐 아니라 어린이 등 일반 시민 대상으로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행사 사진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어린이가 해당 이벤트에서 얼굴 사진을 보고 만세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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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얼굴 모형 향한 활쏘기 부스. (출처: 윤상현 의원 페이스북)

이어 지난 주말에는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서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사진이 붙은 샌드백에 주먹을 날리는 ‘노동개악 윤석열에게 분노의 주먹날리기 이벤트’가 열렸다. 주최 측은 부스 앞에 대통령 부부와 천공 등의 사진이 붙은 풍선 샌드백을 설치하고,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이 샌드백을 두들길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천막에서는 대통령 부부와 한 장관, 역술인 ‘천공’ 등의 사진 위에 ‘퇴진 부적’을 붙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와 관련 주최 측은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에 대해서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의 풍자 퍼포먼스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 의원은 이를 두고 “정권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대통령 얼굴에 활을 쏘는 행위는 아무런 개연성이 없다”며 “풍자가 아니라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도 없는 흉측한 저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행사 주최단체, 경찰에도 고발당해

지난 16일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사랑과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은 명예훼손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서울 서초경찰서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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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통령 얼굴 활쏘기 인권침해 아동학대 진정서’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0

새희망결사단은 서초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쏘기 퍼포먼스를 이벤트식으로 진행했다는 것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며 “북한 어린이들이 미군 병사 등신대를 놓고 활쏘기를 하는 듯 했다”고 규탄했다.

새희망결사단장은 “아이들에게 활을 쏘게 하면서 저주를 퍼붓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 자체가 아동학대”라고 비판했다.

관련 사진들을 SNS에 공개한 윤상현 의원은 이번 활쏘기에 대해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감을 표현할 수 있는 수위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라며 “아이들에게까지 폭력을 시연하고 찬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폭력과 투쟁이 아니라 타협과 설득이 민주주의의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며 “여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으로 어떤 폭력도 정당화되거나 혹은 학습돼선 안 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더더욱”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린이나 청소년에 대한 집회 동원이나 집회에 노출되게 한 게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논란은 과거에도 몇 차례 제기됐다.

지난 2016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집회’에서는 주최 측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얼굴 모형을 만들고 어린이들에게 이를 타격하도록 해 문제가 됐다. 이듬해 보수단체가 이끈 태극기 집회에서도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집회에 온 주부들에 대해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불과 지난달에도 자기 제자에게 윤 대통령 퇴진 집회 공지문 문자를 전송하고 전화로 집회 참여를 독촉한 중학교 교사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가 불송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대통령 풍자물이 수사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전두환 씨를 풍자한 포스터를 연희동 주택가 담벼락에 붙인 사건은 벌금 10만원의 선고유예가 났는데, 혐의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이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전단지를 도로에 살포했던 사건은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는데, 혐의는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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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 윤석열에게 분노의 주먹날리기' 부스. (출처: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이종배 #대통령 #장관 #활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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