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대 성균관장 당시 ‘유교‧성균관 세계화’ 표방
“유림방송, 유교 대중화에 기여할 유일한 매체
과학 문명 발달할수록 사람 본성 바로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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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영근 유림방송 회장이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제작한 부채를 들고 있다. 최근 '고전을 부채질하자' 선면전을 열기도 한 그는 부채에 선현의 지혜와 교훈을 늘 곁에 두고 바람을 느껴보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2023.02.1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유교 문화 정신이 세계로 전파된다면 인류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창업주 뜻을 받들어 유교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천지일보에서 만난 김영근 유림방송 회장은 유교에서는 사람의 본성을 인의예지(仁義禮智)’라고 한다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바로 인(), 사랑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 가치가 상실되고 인성의 부재가 비일비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과학이 발달할수록 사람의 본성을 바로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32대 성균관장을 지낸 김영근 회장은 취임 중 유교와 성균관의 세계화를 강조하며 다양한 개혁 정책들을 실행에 옮긴 인물로 평가받는다. 퇴임 후에도 유림방송 회장으로 선임되는 등 유교 발전에 막중한 사명의식을 갖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시종일관 유교의 대중화를 강조했다. 사랑의 마음에 근간하는 유교의 정신을 통해 앞으로 보다 좋은 세계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본래 민족 고유의 종교였던 유교가 일제강점기 이후 황폐해져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우리 정신문화의 근간인 유학(儒學)의 본래 기능과 유림(儒林)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정립해 유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일이 유교 부흥의 토양이라고 설명했다.

유교 발전 위해 기업인 신분 벗어

김해 출신인 김 회장은 김해 향교에서 어린 시절부터 유림 활동을 해왔다. 할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향교를 출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유교를 체득했다.

자라서는 기업인의 길을 걸었다. 1970년대 초 전자부품 제조업, 기계 제조업을 하다 2000년부터는 동생이 하던 착즙기 사업체 휴롬에 합류해 회장을 지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이후 침체된 유교를 다시 깨우고 발전시키자는 마음을 품고 성균관과 인연을 맺게 됐다. 성균관 수석부관장,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중앙상임위원·23대 회장 등을 지낸 후 지난 2017년에는 제32대 성균관장에 당선돼 유교 대중화를 이끌었다.

유교문화 발전 지원법 제정, 추기석전 봉행 및 공부자탄강 기념식, 유림 독립항쟁 파리장서 100주년 기념행사, 오부학당 재건 사업, 일자리 창출과 전통문화계승 사업, 국가 자살예방 사업 수탁, 2018 유교문화활성화사업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유교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뛰었다. 2017년에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전국에서 올라온 2500명의 유림들이 모인 가운데 유교 지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주목받았다.

일제 침탈 이후 유교가 종교에서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전락한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향교재산법으로 재산이 묶여 있으니 유교 발전을 위한 사업도 할 수 없었죠. 타종교를 지원하는 법은 많았지만, 정부에서 유교와 성균관을 지원할 수 있는 법은 전무 했습니다. 그래서 성균관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해 달라고 제안한 게 유교 문화 발전 지원법이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인성교육

재임 때 김 회장은 전국 향교와 서원을 인성교육, 전통문화 유교교육의 거점으로 바꿔나갈 것을 천명했다.

지방에 234개 향교가 있는 반면, 1천만 인구를 가진 서울에는 향교가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유교의 정신과 학문이 온 누리에 전파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에 향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 일환 중 하나는 서울에 오부학당을 부활시킨 것이다. 동대문구 동부학당, 서대문구 서부학당, 금천구 남부학당 등 조선시대 성균관과 향교와 함께 공교육기관으로 대표됐던 오부학당 재건은 유림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성균관은 7대 종단에 속하면서도 정부로부터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김 회장은 유교 발전을 위해 재정 확보를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사업을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서는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886년 성균관 대학을 인수한 삼성이 유교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지원에 나서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유림들은 정치권 등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2019년도 청와대 신년 하례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 옆에 앉았어요. 그 자리에서 조부님(이병철 회장)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유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창업주의 뜻을 받들어 달라. 우리 민족이 살 수 있기 위해 돈도 필요하지만, 민족의 혼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부회장이 다음에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서로 자리를 마련하기로 약속도 하고 그랬습니다. ”

유림방송으로 유교 비전 찾아

최근 김 회장은 유교 대중화를 위한 큰 희망과 비전을 유림방송에 걸고 있다.

“그동안 우리 유교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매체가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유교를 생각하는 유능한 인재들이 모였으니 (유교 활성화에)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유림방송은 지난 2017년 개국한 방송국으로 유림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전 세계에 알려 궁극적으로 현대사회에 부족해져 가는 도덕성 회복과 예절, 인성 함양에 힘써 건강한 정신문화 형성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교, 서원, 성씨종친회의 전통과 유교 정신을 계승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며 우리 사회에 인성과 도덕이 바로서는 데 앞장서는 방송을 지향한다.

특히 김 회장은 앞으로 유교가 한국의 유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의 유교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지향점을 앞으로 유림방송을 통해 녹여낼 생각이다.

과거 유림들은 나라가 평화로울 때 효도와 우애를 가르쳐 가정의 기틀을 세웠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충의(忠義) 정신을 바탕으로 평화 구현에 힘썼다. 이러한 유림정신은 전쟁 등으로 황폐화된 작금의 현실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김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교 사상을 실천한다면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유림들의 변화도 당부했다.

우리 유림들이 뭔가 고리타분한 덫에 씌워져 있는데 이제는 벗어 던지고 실질적인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유림의 정신은 개혁입니다. 개혁의 정신을 가져야 진짜 유림입니다. 우리 유교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유림들부터 본성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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