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고종 봉원사 영산재보존회가 29일 독도에서 영산재를 봉행하고 있다. 영산재는 200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9일 불교계 최초로 독도에서 영산재 봉행
2009년 유네스코 등재된 세계적인 문화유산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내년에는 조금 더 규모를 키우고 각도를 달리해, 옛것은 그대로 지키면서도 현대식으로 변화를 가미한 영산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여름날씨 속에 독도 땅을 밟은 영산재보존회장 선암스님의 얼굴에는 벅찬 기쁨이 차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가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독도에서 맑은 날씨 속에 영산재를 봉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독도에서 유네스코 등재 세계무형문화재 영산재가 봉행됐다. 그동안은 울릉도에서만 치러졌지만, 이날은 잔잔한 바다 가운데서 독도에 내린 스님들의 붉은 가사 자락이 춤사위에 맞춰 휘날렸다. 올해 광복 70년 및 분단 70년을 맞은 시점에서 ‘우리 땅 독도’ 영산재는 스님과 많은 이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해 말 태고종 봉원사 주지가 된 선암스님은 “영산대재를 독도에서 하고자 기도를 올렸다”며 “영산재를 봉행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고 국운융성과 중생구제의 뜻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독도는 일본이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영토화 야욕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영산재를 봉행함으로써 일본에 위안부로 끌려가 울분과 고통의 한평생을 보내야 했던 할머니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했다. 또 분단 70년을 맞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호국영령, 전몰 군·경을 위한 기원의 의미도 담았다.

태고종은 내년 백령도와 제주도에서 영산재 행사를 하고, 6.25 참전국 16개국에서도 차례로 영산제를 봉행할 예정이다. 그 첫 국가는 태국으로, 올 하반기 현지를 찾아 영산재를 시연한다.

▲ 태고종 봉원사 영산재보존회가 29일 독도에서 영산재를 봉행하고 있다. 영산재는 200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영산재보존회는 영산재가 세계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를 기원하면서 지난 2007년 울릉도에서 기원법회를 봉행했다. 그 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영산재는 약 2600년 전 인도 영취산에서 부처가 여러 중생에게 법화경을 설(設)하실 때 모습을 재현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불교의식이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함께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는 뜻이 있다. 이고득락은 모든 축생(畜生)이 삼악도(三惡道)에서 벗어나 고통을 버리고 기쁨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는 뜻이다.

봉원사의 영산재보존회는 보유자와 이수자, 전수자 등을 합쳐 80여명의 승려가 영산재 보존에 힘쓰고 있다. 회원까지 합하면 총 200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다.

독도 영산재의 1부 개회식은 영산재보존회장 선암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태고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총무원장 대행 종연스님의 축사가 이어졌다. 2부 의식에서는 복청게, 천수바라, 도량게, 법고가 진행됐다. 복청게(伏請偈)는 관세음보살의 강림을 엎드려 바라는 것으로 엎드려 청하는 게송이라는 뜻이다. 천수바라 역시 범패의 하나로 바라춤의 반주음악이다. 이에 맞춰 경쾌하게 합창하며 바라춤을 춘다. 도량게는 재(齋)를 올리는 장소의 부정(不淨)을 씻고 청결하게 해주는 범패다.

다만 애초 예정했던 상축, 향수나열, 사다라니 등의 순서는 긴 체류 시간이 허락되지 않은 독도 현지 사정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백령도나 다른 지역에서 봉행될 영산재는 짧게는 1~2일, 길게는 며칠씩 이어지며 영산재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오는 6월 6일에는 영산재 시연이 서울 서대문구 태고종 봉원사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영산재 시연에는 150명 이상의 보존회 회원들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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