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웨스트19 카페에서 진행된 주지훈 인터뷰. 사진은 주지훈이 인터뷰 전 사진촬영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간신’이 파격적이라고요? 글쎄요. 배우로서 에로티시즘이 강하지만 시대의 아픔을 그리는 ‘몽상가들’도 감명 깊게 봤고 변신로봇 이야기인 ‘트랜스포머’도 미쳐서 봤죠. 영화는 대중문화 예술이잖아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스토리를 주장하는 게 아녀서 관점에 따라 ‘간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할 거라 예상돼요.”

그에게선 두 번째 사극이지만 전작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보여줬던 코미디 연기에 비하면 더 어두워지고 무거워진 것이 사실이다. 여기다 연산군 시절 최악의 간신으로 손꼽히는 ‘임숭재’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터. 하지만 주지훈은 영화 ‘간신’에서 훨훨 날고 있었다.

지난 12일 본지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주지훈과 영화 ‘간신’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천년 아래 으뜸가는 간흉’이라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간신 임숭재를 통해 새로운 연기적 스펙트럼을 구축한 주지훈. 연산군의 최측근으로서 간언을 일삼으며 무한한 권력을 탐하는 채홍사의 책임자가 돼 팔도 미녀들을 무자비하게 징집하면서 광기로 얼룩진 권력에 물들어가는 영화 ‘간신’ 속 주지훈의 ‘파격’ 혹은 ‘영화적 리얼리티’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영화 ‘간신’은 생애 두 번째 사극작품인데 소감이 어떤가?
기존 영화의 두 배 분량을 찍은 느낌이다. 특히 시퀀스 안에 다양한 미장센이 한꺼번에 펼쳐졌던 엔딩신은 감정선도 강했고 시간도 오래 걸려 기억에 남는다.

-‘간신’ 속 임숭재의 삶은 화려한 듯 처연해 보인다. 주지훈이 생각하는 임숭재는 어떤 인물인가?
보통 주인공 캐릭터는 그 캐릭터를 설명해 줄 다른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임숭재는 주인공이자 제2의 권력자라는 구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설명해 나가야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까다롭고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가 임숭재 같다.
아마 대부분의 배우가 원하지 않는 캐릭터 중 하나가 임숭재일 거야.(웃음) 그런데 이런 부분이 힘들더라. 이렇게 쉽지 않은 캐릭터를 잘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어느 순간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손사래 치며) 정말 쉬운 게 없어. 너무너무 어려웠어(웃음)

▲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웨스트19 카페에서 진행된 주지훈 인터뷰.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작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사극 연기는 수월했을 텐데?
사극이라도 장르가 달라서 이번 작품에선 또 새롭게 해내는 기분이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코믹 장르라 같은 조선시대라도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 때문에 크게 도움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파격적이야. 왕자가 궁 밖을 나가고 거지가 왕자가 되는 스토리. 파격적인 것 같다.(웃음)

-‘내가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는 연기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영화 ‘간신’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수필름(‘간신’ 제작사)과는 이번이 네 작품째다. 세월이 주는 신뢰도 있고 민규동 감독님과는 워낙 친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기 전부터 ‘이건 내가 꼭 해야 될 작품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나리오 읽어 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결정 내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민 감독님한테 홀린 것 같다.(웃음) 애초에 내가 호의를 갖고 시나리오를 봤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은 느낌이랄까? 이런 적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 없을 것 같아. 그런데 또 영화는 잘해냈어. 하하.

-주지훈의 한층 무거워지고 깊어진 연기 톤은 이번 ‘간신’에서 가장 손꼽히는 대목인데.
뮤지컬 하면서 잡힌 톤인데 현대극에선 보여줄 기회가 없다가 ‘간신’에서 자연스럽게 쓰게 됐는데 다들 연기변화로 보시더라. 극 중에서 가장 많이 상황을 설명하는 인물이 임숭재다. 감독님이 스피드 있게 연출하시기도 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톤이 굵어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간신’에선 연기적으로 훨훨 날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보통 배우가 하겠다는 걸 수용해주시는 감독님도 있고 배우가 잘 안 쓰는 부분을 힘들겠지만 끌어내 주는 감독님도 있다. 민 감독님은 후자였다. 그래서 ‘훨훨 날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뮤지컬보다 더 디테일한 디렉션을 주셨다. 솔직히 힘들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능력치가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원래 분위기도 잘 띄우고 선배한테도 잘 맞추는 편이다. 마음 맞는 스태프랑 현장에서 쥐포랑 오징어도 구워 먹으면서 떠들고, 나는 이게 현장 집중방식이다. 그런데 최근에 조금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 엄태웅 형이 정말 착하고 순한 형인데 드라마 ‘마왕’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어렵더라. 이유는 몰랐는데 그때 형이 나이가 서른셋이야. 지금 나도 서른셋. 어느새 현장에서 나도 나이가 들었어. 내가 눈치 보일 정도야.(웃음)

▲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웨스트19 카페에서 진행된 주지훈 인터뷰.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간신’을 파격이라고 평하는 것에서 부담되지 않나?
수위가 높다는 평도 있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한 에로티시즘을 담고 있지만 시대의 아픔을 그리고 있는 ‘몽상가들’은 배우로서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오락영화인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미쳐서 본다. 스칼렛 요한슨과 조셉 고든 레빗 주연의 ‘돈 존’을 보면 남자 주인공이 “그 재미없는 로맨틱 영화도 같이 봐줬잖아”라며 싸우는 대목이 나온다. 이렇듯 관점에 따라 다양한 시작으로 ‘간신’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영화적 리얼리티로 생각하면 각자 이해하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흥행에 민감해질 시기인데, 관객에게 한 마디.
대중문화 예술이자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흥미를 유발하는 시퀀스가 많다. 영화적 기법도 다양하고 각각의 포인트와 메시지가 있으니 재밌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주지훈 김강우 주연 민규동 감독 신작 ‘간신’은 지난 21일 개봉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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