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긴급성명 발표 ‘파괴 막아달라’
지난 3월 이라크 유적 파괴 이어 큰 우려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사막에 있는 고대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를 장악하면서 문화유산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 통신은 16일(현지시간) IS가 팔미라 북쪽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팔미라는 고대의 가장 중요한 문화 중심지 가운데 하나다. 다마스쿠스 북동쪽 210㎞ 지점에 위치한다. 198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며 1~2세기 기념비적 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1세기에서 2세기 사이에 지어진 건축물은 고대 로마와 그리스, 페르시아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IS는 최근에도 이라크에서 세계문화 유산을 파괴한 바 있다. 지난 3월 이라크의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와 세계문화유산 하트라 등지에서 IS는 고대 건축물과 유물을 마구 파괴했다. IS가 팔미라를 점령하면 귀중한 유적들을 파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사막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팔미라는 그동안 IS가 파괴해온 문화유산에 비해서도 역사적 가치가 훨씬 큰 곳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팔미라는 시리아 내전이 일어났던 2012년과 2013년에도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이미 일부 유적을 잃어야 했다.

IS는 며칠 전부터 정부군과 격렬한 교전을 벌이며 팔미라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IS는 팔미라 근처에서 어린이 9명을 포함한 민간인 23명을 처형했다.

IS가 문화재를 파괴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이교도 문화청소’다 이슬람 창시 이전의 유적은 ‘이교도의 것’으로 보고 모두 파괴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IS의 잔혹성과 세력을 과시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이라크에서 불도저와 폭발물까지 동원해 부숴버린 문화유산들도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산이었다.

유네스코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IS의 유적 파괴를 ‘전쟁범죄’라고 비난해온 유네스코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이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게 팔미라를 보호할 것과 팔미라에서 군사 활동을 벌이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박물관에 보관된 동상과 유물들은 보호할 수 있지만 건축물과 신전 파괴를 막을 수는 없다”며 “팔미라가 IS에 함락당한다면 국제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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