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물의 노래’ 공연 장면 중 조선인 가족이 몸을 피하려 평소 즐겨 찾던 일본인 주인장의 우동가게로 숨어 들어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위)·주다컬처)
역사의 ‘증거’가 말해주는 일본 ‘만행’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93년 전 일본에서 일어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배경으로 한 연극 ‘물의 노래’ 공연이 지난 9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연극 ‘물의 노래’는 광복 70주년의 해를 맞아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지나온 가슴 아픈 역사의 한 편을 들려주며 깊이 반성하게 했다.

민심 수습하려 조선인 무참히 학살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을 기해 일본 관동(關東, 간토) 지방에 일어난 진도 7 이상의 대지진으로 일본은 혼란스러웠다. 일본의 관동지방은 도쿄·가나가와·군마·사이타마·치바·이바라키·야마나시·토치기현 등을 포함한다. 이 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아비규환에 빠졌다.

지진 발생 며칠이 지나도 진정되지 않는 민심을 잡기 위해 일본 집권층은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임시로 민간인 구성 자경단을 조직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조선인이라면 무참히 학살했다. 공식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희생된 피살자 수는 최소 6000명에서 많게는 2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경단은 일본 전국 3600여개 규모로 순식간에 확대됐다. 일본 내무성이 각 지역 경찰에 치안유지 명분으로 지시한 유언비어는 명확한 사실이 아님에도 일본 민간인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조장했고, 결국 조선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변해 민간인(자경단)이 민간인(조선인)을 학살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들은 나중에는 지방 출신 일본인도 발음이 부정확하다고 판단해 가차 없이 즉시 살해했다. 자경단의 만행이 도를 넘어서자 그제야 일본 치안 당국이 개입해 사건을 종결했으나, 이미 수많은 조선인과 자국민이 학살당한 후였다.

피살자 명부 조사… 현재 26명 확인

지난 2013년 6월에는 주일한국대사관 신축 중 ‘일본진재(震災)시피살자명부’ ‘일정시피징용자명부’ ‘3·1운동피살자명부’가 함께 발견됐다. 특히 ‘일본진재시피살자명부’는 정부에서 작성한 것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로, 정확한 피살자 수와 신원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문서다.

이에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회)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이들 명부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 조사를 해오고 있다.

위원회 조사심의관 조사 1과 정혜경 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진재시피살자명부에서 현재 피살자 23명에 대한 신원 확인을 했으며, 현지 조사 중 명부에 없지만 관동대지진 피살자가 확실한 3명도 추가 조사해 총 26명에 대한 확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학계가 추정하는 6000명이라는 피살자 수에 크게 못 미치지만, 정부가 생산한 공신력 있는 문서로 확인한 명단이 밝혀진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조사 규모가 방대하고, 피살자에 대한 지위를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열악한 상황에서 최소 6천명 추산된 피살자 수를 확인하는 길이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희생자 넋 위로 ‘위령탑’ 건립 시급

따라서 억울하게 무참히 학살당한 관동대지진 조선인 피살자들을 기리기 위한 위령탑이라도 속히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수년 째 위령탑 건립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은 “10년 전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적절한 때에 위령탑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억울하게 죽어간 선조들의 넋이라도 위로하는 일에 동참해야 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정 관장은 “위령탑 위치는 일본 관동지방을 바라보는 한반도 남단으로 예정하고 있다”며 “위령탑은 마땅히 정부에서 세워야 한다. 정부가 세우도록 국민의 뜻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위령탑이 세워지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참상을 보여주는 관련 사진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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