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길을 잃고 외로이 누워 있다. 국가기관에서 보호·보관하고 있어야 할 우리 문화유산들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잃어버리고 빼앗긴 많은 유산 가운데 최근 눈길을 모은 것은 ‘외규장각 도서’다.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위해 오랜 기간 프랑스 정부와 싸워 왔다. 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고속전철(TGV) 계약 조건으로 모든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주기로 약속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2006년 MBC <느낌표> 코너인 ‘위대한 유산 74434’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외규장각 도서’의 현 실태가 알려지게 됐다.

이후 문화연대는 국가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국민들이 직접 참여한 모금액으로 2007년 프랑스 대표 일간지인 ‘르 몽드’에 프랑스가 빼앗아 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부탁하는 전면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반환은 쉽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9월 10일 문화연대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 정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낸 바 있다.

1년의 기다림 끝에 다행히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9일 문화연대는 “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 약탈을 공식 인정했다”고 밝혔다. 잊어버리면 안 될 것을 잊고 있었던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대한 뜨거운 의지가 다시 솟구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불행한 약탈이었으나 합법적으로 프랑스 소유가 됐기 때문에 반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소 모순된 입장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황평우 위원장은 “마치 도둑질할 때 안 걸리기만 하고 그 훔친 물건을 나중에 자기 이름으로 등기해 놓으면 과거 절도행위는 상관없다는 것 아니냐”며 다소 황당한 심정을 전했다.

문화연대는 아직 판결일은 알 수 없으나 수개월 내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연대는 “현지 대표단 파견과 항의서한 전달 등 다양한 경로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당위성을 알릴 계획”이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프랑스가 인정한 ‘약탈’은 앞으로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는 데 큰 힘이 될 것이고 수개월이 걸리는 판결이라도 문화연대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의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규장각’은 규장각이 창설된 지 5년 후인 1781년(정조 5년) 강화읍성 내 행궁 자리에 세워졌다. 이는 규장각 도서 가운데서도 왕실관계의 특별한 보존 가치를 지닌 중요 기록물만 따로 골라 보관했던 곳이어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총 1042종, 6130권의 책이 보관된 가운데 프랑스가 빼앗아 간 340종 외 나머지 수천 권의 중요도서는 프랑스군에 의해 무참히 소각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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