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시작은 그럴듯하게 호언장담 속에 출발하지만 막상 일이 진행되다보면 불협화음이 일거나 어느 일방이 무슨 꼬투리를 잡아 협의를 불발하게 만들어 유야무야(有耶無耶)되는 게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 국정조사이다. 19대 국회에 들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와 ‘세월호침몰사고 국정조사’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됐지만 계획서를 채택하고도 여야 협상이 불발돼 결과보고서 한 장 내지 못한 채 끝난 전력이 있다.

이번에 또 하나마나한 국정조사로 기록될 것이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자원외교 국조특위)’다. 지난해 12월 29일 시작해 100일간의 기간이 주어진 자원외교 국조특위는 증인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7일 종료될 예정이다. 여야 간 특위 기한 연장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한 차례 25일간 연장될 수 있겠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석이 불가피하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에 새누리당이 반대하니 무산될 게 뻔하다.

여야가 증인 채택에 입씨름하는 사이, 감사원이 ‘해외자원개발 사업 성과분석’ 자료를 3일 발표했다. 지난 12년간 한국석유공사 등 3대 에너지공기업의 투입 대비 산출에 관한 대차대조표를 보면, 무리하게 끌어온 31조 4000억원을 투자해 회수한 돈이 4조 6000억원이고, 손실액으로 확정된 돈이 3조 4000억원이다. 나머지 23조 4000억원은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현재 사업 계획대로라면 회수 여부가 미지수인 34조 3000억원을 더 퍼부어야 한다는 것인데, 결론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투자로 보자면 ‘참담한 실패’라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외자원개발을 정권의 치적(治績)이라 홍보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분석결과 이미 26조 6000억원이 회수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MB 정권 시절의 엉터리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가동 중인 국조특위가 명백히 가려내야 한다는 당위성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야당의 무리한 증인 요구가 해외자원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엉뚱한 논리를 편다. 국회의 본질적인 역할은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아니던가. 자원외교 국조특위가 성과 없이 끝난다면 그 책임은 여당에게 더 무겁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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