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올해 첫 해외 현장경영을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24일부터 4박 5일 동안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방문해 생산 판매 전략을 점검하고, 기아차의 멕시코 신공장 건설 현장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정 회장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현지 직원들에게 당부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미국을 방문한 이후 7개월 만으로 미국시장의 상황이 그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미국 방문 기간에 현대차의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차례로 방문해 생산품질을 집중 점검한다. 또 내년 5월 준공을 앞둔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 건설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정 회장이 올해 첫 방문지로 미국을 택한 것은 현대·기아차의 현지 판매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연간 기준으로 2011년 8.9%까지 치솟았으나 2012년부터 3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7.9%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2월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7%가 늘어난 9만 6535대에 달했지만 올해도 1, 2월 시장점유율은 7.4% 수준이다.

정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의 상대적 부진이 유로 및 엔화 약세로 유럽차와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이 커진 데다 현대·기아차가 생산하지 않는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이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승용차 중심의 생산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미국 소비자의 취향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으로 옮겨가는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소형 SUV 투싼을 출시하고 싼타페 판매를 강화하는 등 SUV시장을 공략한다. 기아차도 쏘렌토와 카니발 판촉을 강화하고 신형 K5도 내놓으면서 점유율 확대를 이뤄갈 전망이다.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도 ‘품질 최우선’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미국 현지 임직원들에게도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과감한 판매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 회장은 1998년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 9만대까지 떨어지자 1999년에 ‘10년 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며 경쟁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인 2009년에도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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