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열람 화면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최근 100책 3만 8000면 공개
올해 안으로 나머지 마무리
‘외규장각 의궤 홈페이지’서
서지 정보·반차도 등 확인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기록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의궤는 조선 왕조의 주요 행사를 담은 기록물이다. 특히 프랑스군이 병인양요 때 외규장각에서 약탈한 의궤는 대부분 국왕의 열람을 위해 제작된 어람용이라 종이와 표지, 안료의 재질, 서체와 필사, 그림의 수준, 형태와 재질, 제작 기법 등이 매우 뛰어나다.

지난 2011년 4월 영구임대 목적으로 프랑스로부터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 297책 중 11책은 개장되지 않은 원표지와 변철(邊鐵) 등 재작 당시의 장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보존처리를 거쳐 표지가 서양비단으로 개장된 상태이나 변철이 그대로 유지돼 있으며, 개장 후 따로 보관된 원표지가 의궤와 함께 모두 돌아왔다.

의궤는 영구히 보존하거나 해당 기관에서 참고할 목적으로 여러 부를 만들어 나눠 보관했다. 현존하는 의궤 중에는 같은 종의 의궤가 여러 질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단 한 질 남은 경우도 있는데, 이 한 질만 남아 있는 의궤가 유일본이다.

외규장각 의궤에는 유일본 30책이 포함돼 사료적 가치가 크다. 또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의궤 제작 기법과 시기별 변화 과정 등을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다.

▲ 합성된 반차도 이미지. 클릭하면 확대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3년여에 걸쳐 구축하고 있는 ‘의궤 디지털 DB(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의 2차년도 사업 결과로, 외규장각 의궤 100책 3만 8000여면을 ‘외규장각 의궤 홈페이지’에 추가 공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11년 외규장각 의궤 유일본 30책에 대한 DB 구축을 완료하고, 2013년에 92책을, 이번에 100책을 포함 총 297책 중 222책에 대한 DB 구축을 마무리했다. 올해 안으로 나머지 75책에 대한 DB 구축도 완료하고, 내년 1월에 총 297책을 전부 서비스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외규장각 의궤 100책의 추가 공개와 함께 이용자의 열람 편의를 위해 홈페이지의 일부 기능도 개선했다. ‘의궤 열람’ 메뉴의 전체 자료 항목에서 각 의궤의 원문, 서지 정보, 해제, 원표지, 반차도, 도설, 규장각․장서각 연계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해당 항목을 클릭하면 필요한 정보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의궤 원문 열람 화면에서는 기존의 가로보기와 함께 세로보기 기능을 제공한다. 세로보기를 선택하면 외규장각 의궤 원본과 유사한 배경화면과 인찰선(印札線) 위에 대두법(擡頭法)과 주석(세주) 등을 그대로 살려 외규장각 의궤 원본과 유사한 형태로 구현된 원문을 열람할 수 있다.

행사의 장면을 그린 반차도 내에 기록된 관직명, 의장물 등의 용어를 추출해 해당되는 것을 클릭하면 반차도 내의 해당 위치로 이동하고 간략한 해설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새로 개편된 외규장각 의궤 홈페이지의 자료실에는 2014년 12월에 발간한 ‘외규장각 의궤 학술총서 2-외규장각 의궤의 장황’을 PDF파일 형태로 공개한다. 이 총서는 외규장각 의궤의 장황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와 사용된 금속․비단․종이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자료다.

의궤의 장황(粧䌙)은 서책의 본문과 표지를 묶어서 장식하는 기술이다. 서책의 가치와 개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형식으로, 당대의 예술과 기술이 반영돼 있다. 특히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왕의 열람을 위해 제작된 어람건(御覽件)인 만큼 장황에 사용된 여러 재료들이 분상건(分上件)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은 여러 기록에 등장한다.

한편 외규장각은 정조가 정치적 이념을 펼치고자 연구 및 출판, 서고 등의 역할을 겸한 특별기구로 설립한 규장각의 강화도 분원이다. 정조가 강화도 행궁에 설치한 외규장각은 강화도가 국방상 요충지이자 방어 거점으로 중요 기록물을 보관하기에 적절한 곳이라는 그의 판단에서 세워졌다.

1866년, 천주교 박해를 이유로 함대 일곱 척을 이끌고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군은 조선군에 떠밀려 퇴각하기에 이르자 그들 눈에 창고 같아 보이던 건물 즉 외규장각에서 값비싸 보이는 물건을 약탈해 갔고, 나머지는 불태웠다. 이때 프랑스군이 가져간 책들은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를 기록한 의궤를 비롯해 중요 서적 등 360여점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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