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파벨 흘라바(1924~2003년) 물결(2002년), 요세프 융만에게 헌정한 잔(1836년), 바츨라프 치글레르(1929년) 오브제(1968~1970년), 루드비카 스므르츠코바(1903~1990년)의 왕관(1936년).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한-체 수교25주년 특별전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340여점 전시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아름다운 수도 프라하로 유명한 체코 서부 지역에는 유럽의 유리 문화를 주도했던 유리 생산지 보헤미아가 있다. 체코의 서부 지역인 보헤미아는 유리로 유명한 도시다. 과거 체코 영토에서는 선사시대 유리 팔찌와 구슬 등이 발견됐고, 이를 통해 오래 전부터 체코에서 유리가 사용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보헤미아의 유리 장인들은 새로운 기술과 양식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많은 유리 제품을 제작했다. 보헤미아가 유리 문화를 주도했던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는 한국과 체코가 맺은 외교관계 수립 25주년을 맞는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이 10일부터 4월 26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체코국립박물관·프라하장식미술관과 공동으로 특별전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체코가 자랑하는 보헤미아 유리를 중심으로 체코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340여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보헤미아에서 생산된 다양한 유리 공예품들이 전시돼 보헤미아 유리가 끊임없는 노력과 기술 개발로 유럽 최고에 이르는 과정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유리, 순수 미술 매체되다

보석처럼 투명하고 반짝이는 크리스털 유리는 보헤미아 유리를 대표하는 품목이다. 당시에 인기 있던 주제인 인물 초상, 사냥 장면 등을 섬세하고 정밀하게 새긴 잔들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보헤미아 유리의 장식 기법은 붉은색의 루비 유리, 금사를 넣은 유리, 금박 그림을 넣은 이중벽 유리 등 다양하다. 19세기에 이르러 이러한 장식 기법은 더욱 다변화되는데, 유리에 불투명한 색과 문양을 넣어 마치 준보석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 유행한다. 또 유리의 투명하고 반짝이는 성질을 이용해 값비싼 보석의 대체품으로 사용한 유리 장신구 산업도 발달했다.

보헤미아 유리는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해 판매가 침체됐으나, 다양한 색채와 세공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시장에서의 위치를 회복해 나갔다. 이때 준보석을 모방한 리티알린(lithyalin) 유리와 마노(agate) 유리가 제작됐고, 착색제와 광택제 등을 이용해 다양한 색과 효과를 내는 기법도 개발됐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체코의 예술가들은 유리를 순수 미술의 매체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유리를 소재로 뛰어난 조형성과 철학적 내용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예술품으로서 유리의 발전을 불러왔다.

이후 유리 예술의 영역은 공공미술로도 확장돼 1950년대부터는 여러 공공기관, 문화시설 등에 유리 작품이 설치됐다. 현대 체코의 유리 예술은 여러 국제 전시회 및 박람회에 성공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리로 제작된 현대미술품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유리를 이용한 현대미술 작품으로 꾸며진다. 보헤미아 유리의 전통은 현대에도 이어져 끊임없이 진화해 왔는데, 체코에서는 수많은 학생이 유리 학교에 입학해 교육을 받는다. 예술가들은 유리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유리를 매체로 한 20세기 작품들은 체코의 유리 제작 전통이 지금도 활발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체코의 기독교 관련 유물이다.

체코인들은 기독교 신앙과 유리 제작 기술을 결합해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체코국립박물관 소장의 스테인드글라스 3점을 선보이는데, 이들은 체코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 중 하나다.

이외에도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을 미세한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입체적인 자수로 표현한 중세의 제의복, 나무로 조각해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성모자상,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위엄이 느껴지는 아기 예수상 등 유리 제작과 관련된 기독교 예술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성모 마리아 스테인드글라스(15세기 전반, 왼쪽)와 세례 요한 스테인드글라스(15세기 전반).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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