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가 깊은 산속에서 태권도를 연마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름에 담긴 뜻 ‘신성을 받은 자’

1976년 라디오방송에 나온 작품을 1977년 임정규 감독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 바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이하 태권동자)’이다.

당시 라디오 극장의 히트작이었던 ‘태권동자’는 매일매일 소년소녀들을 라디오 앞으로 모이게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았다.

파란해골 13호와 마루치, 아라치의 긴박감 넘치는 모험을 그려낸 연속극은 사람들의 사랑에 힘입어 극장판으로 만들어졌고, 당시 관객 동원수가 10만에 이르렀다고 하니 그 인기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는 1976년 <로보트 태권V>나 <마징가 Z>와 같은 로봇이 나오는 만화가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라 로봇이 등장하지 않은 ‘태권동자’가 이처럼 큰 흥행을 누린 것도 큰 이슈였다.

그 흥행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태권동자’가 우리네 민족적 정기의 상징인 ‘태권도’를 소재로 적을 무찌른다는 통쾌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친숙함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메리트였다.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의 이러한 성공은 후속 작품 <전자인간 337>의 발판이 됐다. 임정규 감독은 <전자인간 337>에서 ‘337’은 33억 7천만 원으로 당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외화 <600만 불의 사나이>에서 600만 불을 한화로 따진 금액을 상징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처럼 라디오 연속극으로 시작해 극장판으로 성장하고 TV로도 방송됐던 ‘태권동자’는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여느 만화영화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선(善)이 이긴다는 권선징악의 스토리라인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특히 서울 88올림픽의 영향을 받아 1988년 다시 탄생한 TV시리즈 ‘태권동자’는 우리네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고 우리네 국기(國伎)인 태권도의 용맹스러움과 자랑스러움을 알리는 데 한몫했다.

▲ 파란해골13호와 대결하는 태권동자 마루치. ⓒ천지일보(뉴스천지)

‘태권동자’의 기본적인 내용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산 속에 살던 마루치와 아라치가, 양사범과 인연을 맺고 하산한 후 문명에 적응하다가 스승의 원수인 파란해골 13호와 싸워 이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동자’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태권소년 ‘마루치’와 태권소녀 ‘아라치’의 이름에 깊은 뜻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전반을 이끌어가고 있는 태권소년 ‘마루치’는 ‘마루’와 ‘치’라는 두 낱말을 조합한 것으로 ‘마루’는 산마루, 고갯마루와 같이 ‘꼭대기(머리)’를 뜻하며, 우리민족에게는 아주 ‘신령스러운 곳’을 의미한다.

‘치’는 벼슬아치, 장사치와 같이 어떤 말의 뒤에 붙어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므로 ‘마루치’의 이름을 풀어보면 ‘신성을 받은 자’ ‘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소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라치’의 ‘아라’가 ‘아름답다’의 옛말 ‘아람답다’의 ‘아람’을 미화해 다듬은 말로 ‘아라치’는 ‘아름다운 사람’을 뜻한다.

또한 ‘아라’는 ‘알(卵)’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구려 시조 ‘주몽’이 ‘알’에서 탄생한 신령스러운 존재이듯이 ‘아라치’ 역시 마루치와 마찬가지로 ‘신성을 받은 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마루치와 아라치는 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소년과 소녀, 신에게 택함 받은 존재로 태권도를 통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악당을 물리치는 주인공임을 이름에서부터 밝혀두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은 또한 텔레파시를 주고받아 서로의 위험을 알리고, 힘을 하나로 모아 선을 도모한다.

‘태권동자’에도 보이는 바와 같이 우리네 민족은 예로부터 무술을 연마하거나 도를 닦을 때는 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도인으로부터 특별한 재능과 함께 자신들이 민족과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게 된다.

비록 그 받은 사명이 어렵고 힘든 길이라 할지라도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서로 협력함으로써 모든 난관을 헤쳐 나가는 우리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진정한 힘은 육체적인 강인함이 아닌 정신적인 강인함과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그리고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만화영화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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