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여진구가 지난달 22일 영화 ‘내 심장을 쏴라’ 홍보 차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웨스트19 카페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인터뷰 전 사진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진구 모습.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각 잡힌 이목구비와 훌쩍 커버린 키는 이제 제법 소년티를 벗어버리고 있다. 트레이드마크인 저음의 보이스로 파트너 배우 없이 혼자서 인터뷰를 해나가는 모습이 듬직해 보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게 진짜 프로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진중한 그의 생각들은 원석을 보기 좋게 다듬어 놓고 대중 앞에 자랑스럽게 내 놓을 수 있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다. 그는 바로 배우 여진구다.

지난달 22일 여진구는 영화 ‘내 심장을 쏴라’ 홍보 차 본지와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를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는 각자 사연을 갖고 모인 수리정신병원 501호에 모인 독특한 놈들의 특별한 우정을 통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을 위로하는 성장 드라마다.

특히 여진구는 극 중 이수명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처음으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25살 성인남성을 연기했다.

이제 19살, 아직은 미성년자인 여진구가 그려낸 25살의 수명은 어떤 모습일까.

“어릴 적부터 정신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사회성이 적은 캐릭터라 25살이라는 나이는 저와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수명과는 성격이 너무 달라서 초반에 고생 좀 했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여러 번 고민했죠. 하지만 극 중에 이민기 형이 ‘너를 찾아라’라는 대사를 하면서 진짜 수명이를 찾는데 두려움을 벗어 던지게 됐어요.”

여진구가 연기한 이수명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스스로를 억압하고 자신 안으로 숨어 버렸다. 어려움을 외면하고 참아 버리는 일명 ‘도망치는 병’에 걸린 것이다. 여진구는 이 부분이 과제였다. ‘정상인 같으면서도 비정상인 같은’ 수명의 감정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자유를 갈망하지만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류승민(이민기 분)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무차별 구타를 당해도 그는 자유분방함을 무기로 쉼 없이 도망친다. 오히려 이런 승민을 이해하기 쉬웠다는 여진구, 하지만 점차 승민의 깊은 속마음을 스스로 체득하면서 ‘수명이가 총명하네’라고 느꼈다.

이번 작품이 전체적으로 가벼운 영화는 절대 아니다.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각자의 메시지를 갖고 입원이라기보다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환자들의 우여곡절을 보여주며 사회적 제도에 갇힌 청춘들에 희망을 전달한다.

여기다가 아직은 미성년자인 여진구가 정신병력을 가진 20대 중반을 연기하는 것은 모험 같은 시도로도 보인다. 하지만 여진구는 수명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갈 경우 그동안의 작품 패턴이 달라질 것을 고민하게 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여진구가 ‘내 심장을 쏴라’를 택한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수명은 나이는 저보다 많지만 사회성이 전혀 없어서 2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크게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제가 만약 회사 직장인 역할을 했다면 할 수 있을까요? 전혀요. 아무리 노안이고 목소리가 굵어도 그건 어렵죠~.(웃음) 제가 아무리 성숙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쳐도 어른들의 생각에는 못 미쳐요. 저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 시기가 넘길 것이라고 봐요. 성인을 앞두고 긴장하고 두려워한다면 바로 연기로 드러나더라고요.”

딱 열아홉. 1년만 있으면 성인 연기자가 되는 여진구는 그동안 ‘오빠인 듯 오빠 아닌 오빠 같은’ 배우였기에 모두가 그의 성인 연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 배우 여진구의 진솔한 인터뷰가 지난달 2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됐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렇다면 과연 여진구는 조만간 성인의 모습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성인 연기를 하고 싶다면 어떤 작품에 욕심을 내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자는 느와르죠!”라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밝혔다.

그동안 여진구가 눈여겨 봐왔던 느와르 작품은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등이 있다. 모두 청소년관람불가라 부모님의 감독 하에 시청했지만 ‘신세계’의 황정민, ‘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 연기는 여진구의 마초성을 거침없이 두드려줬다.

“선배님들 정말 멋지더라고요. 연륜은 정말 못 따라가요. 기본적으로 눈빛이 너무 멋있어요”라며 베시시 웃어 보인다.

최근에는 없던 휴대폰을 구입했다고 한다. 2G 폰으로. 한 번 관심을 가지고 계속 붙들고 있는 성격이라서 연락만 간단히 할 수 있는 휴대폰을 장만했다. 10대 마지막을 위해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여진구. 이제는 입시도 준비해야 한다며 바쁜 한 해를 보낼 것 같다는 그.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더 튼튼한 날개를 다듬고 있는 여진구의 1년 뒤가 기대된다.

한편 여진구 이민기 주연의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지난달 28일 개봉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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