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여진구는 영화 ‘서부전선’ 홍보 차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카페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보통은 감정을 단계별로 정리하면서 연기하는 편이예요. 그런데 영광이는 저만의 틀을 깨면서 연기했던 케이스죠. 전쟁 속에서 소년병으로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영광은 그 전쟁터가 얼마나 낯설고 긴장됐겠어요. 어떻게 할지 방법도 모를 영광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그동안의 틀을 깼더니 나와 비슷한 영광일 보게 됐죠. 성격이 비슷한 건 아닌데 행동이 저랑 닮았어요. 여기에 감정적으로 매우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서 더 끌렸던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충무로의 대표 이야기꾼이자 제작자로 명성을 높여왔던 천성일 감독이 첫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서부전선’은 1953년 서부전선에서 휴전을 코앞에 남겨 놓고 남한군과 북한군의 대치 상황을 코믹하게 그린 휴먼 코미디 드라마다.

여진구는 열여덟 평범한 학생에서 하루아침에 369탱크부대 막내가 되 영화 ‘서부전선’ 속 영광을 연기했다.

고향 속 어머니와 첫사랑 옥분이가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학수고대하던 어느날, 난데없는 공격에 부대가 전멸해 버리고 조작법도 모르는 탱크와 우연히 얻게 된 비밀문서 하나. 갈 길은 멀고 어떻게든 책으로만 배운 실력으로 탱크를 끌고 돌아가야 하는 영광 앞에 나타난 남한군 남복(설경구 분)과 대치하면서 벌어지는 ‘웃픈’ 에피소드들의 향연.

여진구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서부전선’ 홍보 차 진행된 인터뷰에서 홀로 전쟁터에 남겨진 열여덟 영광에게 들었던 측은지심에 대해 털어놨다.

“열여덟 영광이 전쟁터에 홀로 남겨지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많이 든 캐릭터예요. 영광인 영화 속 상황이 모두 처음이라 얼마나 당황하면서 어리버리하게 대처했겠어요. 그런 영광을 연기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제가 가진 틀을 내려놓고 계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캐릭터에 가깝게 접근하는 방식이더라구요. 이렇게 연기하긴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더 색다르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어요.”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대한 감정선을 정확하게 짚어 가면서 연기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여진구. 쇼트끼리 연결할 때 그 작은 미묘함까지 모두 철저하게 계산해야지만 다음 단계를 넘어 갈 때 마음이 놓일 정도로 아직은 경험도 연륜도 부족하다고 고백한 여진구의 진중함은 누구보다 묵직한 책임감으로 들렸다.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다른 말로 자신에게 틀을 갖춰놓지 않으면 영역을 벗어나는 연기를 할 수 있기에 더욱 준비하는 자세를 갖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 ‘서부전선’에서 만큼은 자신의 틀을 깨면서 현장에서 즉석 연기를 선보일 때도 많았다고 한다. 전쟁의 생소함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대로 담아내기 위함인 것.

▲ 지난 17일 여진구는 영화 ‘서부전선’ 홍보 차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카페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영화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평범한 군상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전쟁의 폐해와 우리 내의 휴머니즘을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이게 그려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당면하고 있는 전쟁, 그 속에서 벌어지는 웃음과 슬픔, 눈물과 호흡이 익숙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여진구는 이 지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며 여진구만의 ‘영광’을 나타냈다.

또 이러한 대화를 통해 일명 ‘진구오빠’라며 성인연기가 기대되는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여진구의 인기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인정되는 순간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대입을 앞두고 있는 심정에 대해서 물어보고 나서야 19살 남자로 돌아왔다.

“대입 준비 하고 있죠. 20살 되면 하고 싶은 거요? 많아요.(웃음) 그 유명한 치맥, 곱창과 소주, 이 환상의 조합들을 빨리 맛보고 싶어요. 또 제가 직접 운전해서 드라이브도 하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그런데요, 점점 나이를 먹고 연기를 오래할 수록 지금 이 나이가 그리워질 것 같아요. 10대의 제 모습. 그래서 지금 마지막 기회이기도 한 10대의 끝자락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자신의 삶 속에서 10대 즉 청소년기를 그리워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꿈 많고, 경험은 모자라 시행착오도 많던 그 시절. 그래도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던 10대 시절의 어리고 젊은 날의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그리워질 추억인데, 아마 여진구는 이 시절을 벌써부터 그리워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10대 여진구’의 단면만 봤을 수 있지만 그 속에서 고민하고 고뇌하며 자신만의 시행착오를 겪었을 꿈꾸는 10대 여진구는 다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을 보냈기에 이제 더 높이 날갯짓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서부전선’은 저한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요. 처음 시도해 본 연기적 방법들과 저와 닮은 캐릭터. 또 첫 군인 연기. 거시적으로는 코미디를 다루지만 그 내면은 영화 속 남복과 영광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 즉 인간적인 메시지가 매우 강하죠. 참혹한 전쟁 속에서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기에 의미가 깊어요.”

이래서, 역시, 많은 이들이 여진구의 20대의 첫 출발을 응원하는가 보다.

▲ 지난 17일 여진구는 영화 ‘서부전선’ 홍보 차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카페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한편 설경구 여진구 주연의 영화 ‘서부전선’은 지난 24일 개봉, 절찬 상영 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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