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대한민국 대 호주 경기서 개최국 호주에 1-2로 패해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이 손흥민과 차두리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호주에 1-2 석패 아쉬운 준우승
이정협·김진현, 슈틸리케호의 새 황태자로 등극 활약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슈틸리케호가 55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는 거사는 무산됐지만, 27년 만에 결승무대에 오른 것만으로 아쉽게 만족해야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5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로 결승까지 진출해 승승장구했으나 호주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석패했다. 정규시간 패배 직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했으나 결국 감동의 해피엔딩 드라마로 완성하진 못했다.

특히 실점한 2골 모두 종료 휘슬 직전에 허용했다는 점이 아쉽다. 이날 한국은 호주의 거친 몸싸움에 밀려 초반 애를 먹었으나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섰다. 골키퍼 김진현이 이번에도 슈퍼세이브의 멋진 선방을 선보이며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득점 없이 끝날 것 같았던 전반 종료 직전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했다. 전반 44분 중앙에서 패스를 받은 마시모 루옹고가 우리 수비수 3명을 앞에 두고 아크 서클 오른쪽 부근서 기습 중거리슛을 때려 골문을 갈랐다. 김진현의 대회 유일했던 무실점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후반전 동점골을 넣기 위해 전력을 쏟았으나 호주는 수비를 더 공고히 하며 지키는 축구를 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7분 남태희 대신 이근호를, 이어 8분 뒤 수비수 박주호 대신 미드필더 한국영을 각각 투입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골은 터지지 않고 야속한 시간은 종반을 향했다.

이때 슈틸리케 감독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단의 카드를 꺼낸다. 후반 41분 원톱공격수 이정협을 빼고 중앙수비수 김주영을 투입하는 동시에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를 원톱으로 올린 것. 이는 모험이었다. 그리고 이는 종료 직전 손흥민의 골로 이어지면서 대성공을 거둔다.

후반 46분 왼쪽 아크 부근 곽태휘가 공중볼 다툼으로 김진수 앞으로 떨어지게 한 뒤 이를 김진수-한국영-기성용의 패스로 손흥민까지 이어지면서 골로 만들었다. 기성용의 킬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왼쪽까지 몰고 간 뒤 왼발슛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미 승리 분위기에 취해 있었던 호주의 수만 관중에 찬물을 끼얹는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 1월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대한민국 대 호주 경기. 손흥민이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연장전에서도 우리의 분위기였으나 골로 연결되지 않았고, 연장 전반 종료 직전 골을 허용하고 만다. 오른쪽 페널티 라인 바로 밖에서 토미 유리치가 김진수와 공다툼을 했다. 유리치는 넘어졌다 일어나면서 10초 가까이 버티며 김진수를 제친 뒤 중앙으로 크로스를 보냈고, 이를 골키퍼 김진현이 쳐냈으나 달려 들어오던 제임스 트로이시가 빈 골문을 향해 골을 넣고 말았다. 막판 집중력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결국 연장 후반 사력을 다했으나 1-2 패배로 아시안컵을 마감해야만 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8년 만에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내친김에 55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으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과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대회였다.

한국축구는 브라질월드컵의 참패로 재건을 위해 다시 외국인 감독 체제로 전환했다. 그 첫 주인공으로 독일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과 중동클럽팀 감독을 맡았던 게 전부다. 네임밸류에서는 여타 물망에 올랐던 감독에 비해 뒤져 선임 당시 물음표를 달게 만들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작년 9월부터 대표팀을 맡아 4개월도 채 되지 않은 대표팀을 정상 직전까지 안내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자 무명에 가까운 이정협을 깜짝 발탁했고, 골키퍼로는 김진현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중용했다. 이 두 선수가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며 이번 대회를 통해 슈틸리케호의 새로운 황태자로 등극하는 멋진 활약을 펼쳤다. 2골 1도움을 기록한 이정협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결승골, 이라크와 4강전서 결승골과 어시스트로 영양가 높은 득점포인트를 선보였고, 김진현 역시 4경기에서 무실점 선방을 했다.

▲ 지난달 17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호주 경기에서 이정협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또 슈틸리케 감독은 매 경기마다 새로운 베스트 11의 카드를 꺼내 들어 상대팀으로 하여금 예측불허하게 만들었다. 이청용과 구자철이 대회 도중 부상으로 낙마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서도 매 경기 새로운 카드와 전술로 한국축구에 희망을 안겼다.

대회 초반 1-0으로만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다가 토너먼트 경기부터 점차 탄력을 받아 승리를 챙겼다. 이에 축구팬들로부터 점유율·경기내용이 좋지 않아도 무실점 승리로 이끈다는 ‘실학축구’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히딩크 감독 이후 외국인 감독 체제 아래 별다른 재미를 못 봤던 한국축구가 슈틸리케 감독으로 인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두 번째 시험무대는 올해 8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계속된 비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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