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수란 기자] 파산 선고를 받은 가전업체 ‘모뉴엘’이 7년 동안 수조원에 이르는 사기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범기 부장검사)는 모뉴엘이 허위 수출실적과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로비로 시중은행 10곳에서 총 3조 400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모뉴엘은 KT의 자회사인 KT ENS와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의 담당자 10명에게 각종 편의를 부탁하며, 8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무역보험공사는 책정한 보험한도를 2011년 8800만 달러에서 2013년 2억 8700만 달러로 늘려줬고 수출입은행도 여신한도를 2011년 40억원에서 지난해 1131억원까지 증액해줬다.

검찰은 박홍석(52) 대표와 신모(49) 부사장, 강모(42) 재무이사 등 모뉴엘 전·현직 임직원 4명을 추가 기소했다.

또 모뉴엘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조계륭(60)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과 한국수출입은행 비서실장 서모(54)씨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사무소장 이모(54)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미국으로 도주한 정모(47) 전 무역보험공사 영업총괄부장은 기소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허위 수출하고 수출대금 채권을 판매하는 등의 수법으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 4000억원을 불법 대출 받았다.

모뉴엘은 채권 상환기한이 다가오면 또다른 허위 수출을 꾸며 은행에 대출을 받는 등 ‘카드 돌려막기’식의 수법을 사용했다. 모뉴엘은 허위 수출입거래를 전부 매출과 순이익에 포함시켜 2조 70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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