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엡도 테러 관련 급변하는 유럽 분위기 반영한듯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국제포럼인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올해는 종교적인 이슈가 1순위로 다뤄질 예정이다.

제45회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새로운 세계 상황, 세계가 직면한 새로운 난제’로 최근 프랑스 잡지사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 이후 ‘종교적 급진주의, 민족주의의 팽창’이라는 이슈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사실 이 주제는 지난 15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5년 다보스포럼의 주요 내용’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이 제45차 연차 총회를 앞두고 웹사이트에 공개한 ‘세계 변화(Global Shifts)’ 보고서에는 이 이슈가 1순위로 포함됐다.

이는 프랑스 테러 사건 이후 유럽 국가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러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과 이슬람권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 극우정당의 대표격인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지난해부터 창당 이래 최고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또 테러 사건 이후 현장을 방문하고, 34개국 정상들과 파리에서 반테러 행진을 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보여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IFOP가 최근 설문 조사 결과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7∼9일 파리 테러 이후 19%에서 40%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반샤를리 엡도’ 목소리도 거세다. 이슬람 자치공화국인 러시아 체첸에서 19일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샤를리 엡도의 만평을 규탄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니제르에서는 벌써 사흘째 시위가 이어지며 사망자가 10명이나 발생했다. 교회 8곳도 불에 탔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프랑스 잡지사 테러와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서방의 시각과 대응에 대해 질타를 가했다. 그는 “이라크인들과 아프간인, 팔레스타인인들은 인간이 아니냐”며 “수십만명을 학살하는 행위는 괜찮고, 프랑스인 12명이 피살된 것은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자신도 샤를리 엡도 직원들에 대한 학살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아기와 어린이, 환자, 노인들이 서방의 손에 수천명씩 살해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힘이 항상 옳은 것이지만 인권과 사람을 모욕할 권리,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에 대해 가르치려 하지말라”고 이중적인 잣대를 갖다 대는 서방을 비판했다.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수석 전략분석가인 스테파니 밥스트는 WEF 보고서를 통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종교 급진주의 사상이 오늘날 지정학적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면서 “급진주의자들의 전략과 전술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포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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