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교수신문은 온갖 거짓이 진실인 양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수많은 사슴이 말로 바뀌고 어디에서도 진짜 말은 볼 수 없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지록위마는 사기(史記)의 ‘진시황본기’에서 환관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고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진시황이 죽고 난 뒤 환관 조고는 자신이 내세운 황제 호해를 허수아비로 만든다. 이때 사용한 방법이 ‘지록위마’다. 조고가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말입니다”라고 하자 황제 호해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라고 묻는다. 이때 조고의 권력에 겁을 먹은 신하들이 모두 나서며 사슴을 말이라 말한다. 이에 호해는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하면서 정사에서 손을 뗀다. 이후 호해는 조고에게 죽임을 당했다.

올 한해 이처럼 권력의 눈치를 보며 거짓을 말하는 지록위마의 광경은 비단 정치 사회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종교계에서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한국교회는 교인들이 목회자의 비리와 무지에 실망해 기성교회를 나와 신천지로 수없이 옮겨갔지만 자신들이 정통이고 신천지가 이단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거기에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기성교단의 눈치를 보며 맞장구를 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지록위마’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무튼 자칭 정통만 모였다는 한기총과 한교연 소속 교단은 예외 없이 교인이 급감한 반면, 그들이 이단이라 견제하는 신천지는 올해만 수만명이 입교했다.

성경 역사에 비춰보면 늘 진리는 핍박 받는 곳이었다. 사슴을 말이라 주장한다고 해서 사슴이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이단이다 정통이다 주장해서 이단이나 정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경서를 기준으로 정통과 이단이 갈라진다면 기독교의 정통은 그 경서인 성경대로 진리가 나오고 말씀이 이뤄지는 곳이 정통일 것이다. 간계를 부렸던 환관 조고는 자신이 세운 3세 황제 자영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한국교회는 거짓과 간계는 때가 되면 드러나고 심판 받는다는 것을 지록위마의 사자성어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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