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카트’ 스틸 컷. (사진제공: 명필름)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벌써 600만이 넘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통계청은 지난 2002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을 넘어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우리 엄마, 아빠, 언니, 오빠, 형, 누나, 동생, 친구, 애인 그리고 내가 될 수 있는 그 자리 ‘비정규직’. 이러한 비정규직 그리고 여성 노동자 인권에 대해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영화가 나왔다. 부지영 감독의 신작 ‘카트’.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고객님”을 쉼 없이 외치다보니 영혼이 쏘옥~ 빠진 멘트도 종종 듣게 되는 대형마트의 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가끔은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고객님’ 하며 친절을 베푸는 점원이 부담돼 인상이 붉어지기도 하는데.

서비스업종에서 매일 과잉친절을 요구받고 또 제공하는 직원 중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익숙하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들의 솔직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 메시지를 담은 영화 ‘카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상의 대형마트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들.

그러던 어느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특히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선희(염정아 분)를 비롯해 혜미(문정희 분), 청소원 순례(김영애 분),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분), 88만 원 세대 미진(천우희 분)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대체 왜 회사는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그녀들을 내몰았을까. 회사와의 대화를 위해 노조의 ‘노’ 자도 모르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 서로 힘을 합치기 시작하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비정규직의 뜨거운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 ‘카트’는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대중영화의 품으로 끌어안고자 기획됐다. 다소 생소한 소재 혹은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소재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설명적이고 어려운 화법보다는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을 둔 엄마 선희, 아이의 어린이집 시간에 맞춰 매일 칼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 혜미, 능글맞게 청소원 아주머니들과 농담을 주고받지만 업무의 일환으로 그들을 해고시켜야 하는 동준 등의 캐릭터는 현실감을 높여줘 관객의 이해와 공감대를 높인다.

또 특정한 주의나 주장을 전달하는 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절박하고 아픈 현실을 정직하고 리얼하게 묘사하는 영화라는 점은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와 배우들에게까지 인정받은 부분이다.

이번 영화는 소재부터 생소하지만 주인공을 맡은 배우 바로 염정아의 연기변신은 더 생소하면서도 새로움을 준다.

주로 도회적인 이미지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부각됐던 염정아가 이번 영화에서는 뽀글머리에 기미가 잔뜩 일어난 키만 멀대 큰 평범한 주부로 분했다. 정말 ‘엇? 마트에서 본 듯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랄까.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박수치고 싶은 것은 염정아가 생활밀착형 연기를 너무나 이질감 없이 잘 소화해냈다는 것이다. 우물쭈물 내성적인 말투, 싱크대에서 목에 턱턱 걸리는 밥을 삼키는 모습, 부당해고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용기 등은 이제껏 봐왔던 염정아와는 너무나 달랐다.

▲ 영화 ‘카트’ 스틸 컷. (사진제공: 명필름)

매 위기 때마다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을 염두한 영화의 상황전개는 너무 빠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흘러간다. 또 때로는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 ‘카트’.

오랜만에 명필름에서 명필름다운 영화를 출격시켰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그리고 염정아라는 감동을 탑재한 채. 영화는 오는 11월 13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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