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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출고가 낮춘다
중저가·구형 제품 위주
“주력 모델 인하 필요”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이달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꽁꽁 얼어붙었던 휴대폰 시장에 훈풍 조짐이 포착됐다.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높이고 신규 요금제를 속속 선보이는 데 이어, 출고가 인하는 절대 안 된다던 제조사들도 조심스럽게 출고가 조정을 시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제조사는 삼성전자다. 단통법 시행 닷새 되던 지난 5일 삼성전자는 조용히 갤럭시노트3 가격을 95만 7000원에서 88만 원으로 낮췄다.

통상적으로 제조사와 이통사는 출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단말기 출고가를 내리면서 재고 소진에 나선다. 하지만 당시 출고가 인하는 이런 이유보다는 정부와 휴대폰 판매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 시행 후 일평균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제조사들도 타격을 입었지만,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휴대폰 판매·대리점이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의 출고가 인하 압박에 방어태세를 취하던 LG전자도 고심 끝에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했다.
22일 LG전자는 23일부터 중저가 제품 3종(G3비트, G3 A, Gx2)의 출고가를 낮춘다고 밝혔다. G3비트는 지난 7월 이통3사를 통해 출시된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49만 9400원이던 출고가를 42만 9000원으로 낮췄다. SKT 전용폰으로 내놨던 G3A는 70만 4000원에서 64만 9000원으로, LG유플러스 전용폰인 GX2는 69만 3000원에서 59만 9500원으로 인하했다.

삼성전자도 23일 2차 출고가 인하에 들어갔다. 우선 이날부터 SKT와 LG유플러스에서 판매되는 갤럭시S4 가격을 69만 9600원에서 64만 4600원으로 내렸다. KT는 현재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제조사의 움직임에도 여전히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판매가 많이 이뤄지는 주력제품이 아닌 1년 이상 지난 제품이나 중저가형 모델 중심으로 인하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전문가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시장에서 주력으로 팔리는 주력 모델의 가격인하”라며 “정부의 압박 후 종합국감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피하기 위한 ‘생색내기’로 그쳐서는 안 된다. 소비자 후생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제조사들도 고민이 깊다. 이통사의 경우 신규 판매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기존 가입자들이 내는 통신요금을 통해 꾸준히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제조사는 제품을 팔지 못하면 매출을 낼 수 없는 상황인 데다 가격까지 낮추면 부담이 이중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판매량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주력 판매 모델의 인하는 쉽지 않다”며 “갤럭시노트4는 전작 대비 출고가를 10만 원 이상 낮춰 95만 7000원에 출시하는 등 이미 최신 모델들은 가격을 합리적으로 내놨기 때문에 당장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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