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신임총재. (사진출처: 뉴시스)

김성주 적십자사 신임 총재
과거 교회 강연 발언 논란돼
문창극 발언 논란과 같은 맥락
“신앙적 표현”… ‘신학’ 문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신임 총재의 과거 교회 강연 내용이 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신앙인이기도 한 김 총재가 2000년대 초반 인천의 한 교회에서 강연한 내용에 오해를 살 만한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여름 교계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발언 논란과 비슷하다.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는 지난 10일 자 <김성주 “남북분단과 북한 빈곤은 하나님의 뜻”>이란 헤드라인의 뉴스로 김성주 총재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 보도에 따르면 김 총재는 교회 강연에서 ‘남북이 분단되고 북한이 빈곤한 것에는 모두 하나님의 뜻이 있다’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언론은 김 총재가 앞으로 3년 동안 남북 간 인도주의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적십자사 총재의 자격을 갖기에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문제 삼았다.

대한적십자사 신임 총재로 선출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정치권에서 ‘보은인사’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그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적십자사 총재에 선출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5년간 적십자 회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에 그의 과거 발언이 논란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 땅에 태어난 것도 하나님의 이유가 있으셨고, 이렇게 남북한을 가르셔서 저희를 겸손하게 하신 것도 이유가 있으시고…” “여기도 하나님께서 뜻이 있으신 거 같아요. 왜 2200만이나 되는 우리의 형제자매가 굶어 죽어가고 있는지, 이 고난을 우리에게 허락하셨는지. 그럼으로 우리가 더 사명이 큰 거죠. 우리는 현재의 효율을 2~3배 올려야 그 사람들(북한 주민) 먹여 살릴 자격이 생겨요.”

문제로 지적된 김성주 총재의 발언은 모든 일은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있다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문 전 후보자는 과거 한 교회 강연에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교계와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다.

개신교계에서도 옹호 측과 비판 측의 입장차가 커 공방이 계속됐던 문 전 후보자의 발언은 끝내 결론이 나지 못하고 논란으로 남았다. 문 전 후보자의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측은 그의 발언이 ‘신앙적 표현’이었음을 강조한다. 문 전 후보자의 개인적 사상이라기보다 신앙인으로서 소신을 밝힌 것이라는 해명이다. 즉,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의 문제인 것이다.

문 전 후보의 발언을 옹호해온 대표적 단체인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샬롬나비, 대표 김영한 박사)은 두 차례에 걸쳐 논평을 내고 “문 후보의 역사관은 식민사관이 아니라 신앙적 민족사관”이라며 “‘하나님의 뜻’이라는 본의(本意)는 식민사관이 아니라 신앙적 민족애에 있다. 그의 발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성경과 신학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오해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김성주 총재의 과거 발언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총재는 “과거 교회 강연에서 남북분단과 북한의 빈곤 문제가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느냐”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저희 세대가 꼭 책임지고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얘기했다”면서 “신앙적인 발언으로 북한 동포를 돕자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있었던 것 같아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문창극 전 후보자도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보도한 언론에 대해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을 보도하면 문자적인 보도일 뿐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진실보도가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강연 전체 내용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로 고난과 어려움을 당했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는 민족의 번영을 위한 시련의 의미를 지닌다는 뜻으로 하나님의 역사 섭리에 대한 신앙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계에서도 신학적 논쟁은 계속됐다. 인간에게 고통과 악이 다가오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한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라는 ‘신정론’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져 논란만 증폭됐다.

김 총재가 기독교도들이 적은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도 “아직 하나님을 모르고 대다수가 돈을 섬기는 중국이 우리 옆에서 부흥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인도에 가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유가 너무 가난하고 불결하고 무질서하다. 정말 잡신들을 섬기는 나라가 저렇구나” 등의 표현을 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번 김 총재의 발언 논란이 커진다면 결과는 문 전 후보자의 경우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학’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옹호 측과 비판 측의 의견은 끝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다만 일부에서 “문 후보자의 주장과 같은 교리가 계속해서 설교된다면 현재까지 일어났던 반기독교 운동보다 더 큰 반대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대로 안티기독교계에 비방할 거리를 만드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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