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삼청동 파툼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배우 유연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지도 십 년이 흘렀다. 한국영화의 저력을 세계에 당당하게 알렸던 시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했던 것 같다. 지난해 한국형 느와르에 스릴러를 가미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는 하드보일드 소재를 우리식으로 소화해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올드보이’에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까지 올해로 10년, 급격하게 다채로워진 한국영화사에 그도 함께 있었다. 바로 대기만성 배우 유연석. 그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연기인생 10년, 주조연을 오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프를 쌓아온 유연석의 이야기. 영화 ‘제보자’를 주제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 파툼에서 만난 유연석은 지친 기색 없이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영화 ‘제보자’ 개봉 전후로 다채로운 인터뷰와 행사에 참여하고 있을 그를 생각하며 지쳐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만난 유연석의 에너지는 매우 긍정적이고 강렬했다.

‘아~이 사람을 버티게 하는 건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0년 연기내공으로 간직한 깊이 있는 유연석이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다.

‘제보자’는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번 영화에서 유연석은 줄기세포 복제연구소의 연구원 ‘심민호’로 분했다.

심민호는 줄기세포 복제 연구 중 충격적인 사실을 제보하면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번 영화에서 아픈 딸과 아내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유연석.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에서 연달아 악역을 맡았던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심민호 역은 지난해 착하기만 했던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는 다른 섬세함과 강렬함을 엿볼 수 있다.

극 중 아픈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위해 정의로운 아버지가 되고자 스스로 제보자가 된 심민호. 심민호가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 그리고 진실을 알리는 정의감이 유연석화 되면서 섬세한 강렬함을 선사한다.

“이번 영화를 3번 정도 봤죠. 보면서 ‘과연 나는 심민호처럼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이때까지 자신이 가진 걸 지키려고 애를 쓰는 심민호는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면서 진실만을 위해 싸우잖아요. 나라면 어떨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왜 세상이 진실 앞에 용기 내는 게 어려운 시대가 됐나 의문이 들었죠.”

‘제보자’가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큼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유연석도 만만치 않은 고민을 했고 스스로 의문을 던지는 기회가 됐다.

영화 속 유연석이 제보자가 됐다고 해서 그가 모든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진실을 추구하고 끝까지 쫓는 ‘언론인의 사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에 영화의 흐름상 비중의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유연석은 오히려 영화의 큰 그림을 보는데 주력했다.

“심민호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영화의 비중보다는 영화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비중도 부분에서 배우 개인적으로 섭섭하다거나 아쉽다거나 그런 마음은 안 들더라고요.”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박해일과는 친한 형과 동생사이가 됐다. 임순례 감독과 정도 많이 들었다. 유연석 옆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그런 유연석을 두고 영화관계자들은 ‘인복이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유연석은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결국 남는 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곁에서 조언해주는 많은 분들. 지금 이렇게 만났지만 기자님도 저에겐 좋은 인연이고 좋은 사람으로 남을꺼라 생각해요.(웃음)”

하얀 피부에 모델을 연상시키는 늘씬한 기럭지, 미소년같은 생김새에 그윽한 눈매를 가진 유연석.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대중은 유연석의 외모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삼청동 파툼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배우 유연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0년의 연기내공으로 다져진 자신만의 소신과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 여기에 국한된 연기를 벗어내고 다채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유연석.

한 때는 유연석이 너무 악역만 전담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다 지난해 ‘칠봉이’ 캐릭터로 유연석의 순수함과 유쾌함을 엿보게 했다. 이번 ‘제보자’에서 처음으로 한 가정의 가장 역할로 그의 내면에 있는 진중함까지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대기만성 배우 유연석’이다. 과연 그가 다시 악역을 할 수 있을까?

“칠봉이처럼 착해빠진 역할을 하다가 심민호로 좀더 섬세한 카리스마를 선보이게 됐어요. 악역을 다시 할 수 있냐고요? 당연하죠. 악역 못할 이유 전혀 없어요.(웃음)”

유연석이 열연한 영화 ‘제보자’는 줄기세포조작스캔들 실화로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제보한 제보자와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는 언론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제보자’는 지난 2일 개봉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