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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들 “보험금 지급 못해” 의견 모아… 소송 이어질듯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이 결국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생명 등을 포함한 12개 생명보험사는 자살한 보험계약자에게 미지급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약관상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자살은 재해가 아니므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기존 입장을 서로 공유한 것이다. 더 큰 이유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보험금 지급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지시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각사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향후 대응은 개별적으로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이 ING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 결과,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하고 2년 후 자살한 90여 건에 대해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을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ING생명에 기관주의 행정제재와 함께 미지급 자살보험금 560억 원을 추가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비슷한 약관을 적용한 생보사들에도 미지급 보험금을 돌려줄 것을 주문했다. 이들이 덜 지급한 보험금은 ING생명 560억 원을 포함해 2180억 원에 이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말 현재 전체 보험사에서 미지급된 자살사망보험금은 2179억 원이다. 대형 보험사 859억 원, 중소형사 413억 원, 외국 계열사 907억 원 등이다. ING생명이 471건(653억 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생명 713건(563억 원), 교보생명 308건(223억 원), 알리안츠생명 152건(150억 원), 동부생명 98건(108억 원), 신한생명 163건(10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에 접수된 자살보험금 미지급 민원은 현재까지 삼성생명과 ING생명이 각각 10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한화 교보 농협 신한 메트라이프 알리안츠 동부 동양 현대라이프 에이스생명 등이 1~3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생보사들을 지속 압박해왔다. 앞서 금감원은 지금까지 자살보험금 민원이 접수된 12개의 생보사에 ‘9월 30일까지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지도공문을 보냈다. 이는 지난달 초 전 생보사에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지도한 데 이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처는 강제력이 없어 생보사들은 시간만 끌어왔다.

금감원 압박에 고심하던 생보사들은 결국 민원인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채무부존재 소송이란 특정 사안에 법적분쟁이 있을 시 법적 근거의 적용 여부를 가리는 민사소송이다.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소비자 분쟁 조정 또는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ING생명도 징계 결정에 불복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행정 소송은 제재 결과를 통보받은 지 90일 안인 11월 말까지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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