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수사·기소권, 법체계 흔들어… 대통령 결단 사안 아냐”
與에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 정국 파행 장기화될 듯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특별법의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달라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야당과 시민사회, 유가족 측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 타개책으로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온 데 대해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발언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진상조사위 부여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근본 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체계는 무너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권·기소권을 진상조사위에 부여하면 사법체계가 흔들리게 된다는 새누리당과 같은 논리를 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난달 19일 발표된 세월호법 재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사실상 유가족과 야당의 재합의안 추인을 촉구한 것이다. 그는 “여야의 2차 재합의안은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가족과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그동안 저는 진도에서, 팽목항에서, 청와대에서 유족들과 만나 그분들의 애로와 어려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바탕 위에서 진상규명을 하면서 많은 관계자들이 문책을 당했고, 드러난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논의는 이런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던 유가족의 기대와 달리 박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정국은 더욱 차갑게 냉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과 유가족,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따라 세월호법 파행 정국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유가족을 상대로 세월호법 협상을 진행 중인 새누리당도 운신할 폭이 좁아졌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세월호법 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면서 유가족 측에 제시할 만한 카드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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