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수록, 많이 필수록 폐암 발병률↑
“청소년문제 전반적인 대책 마련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솔직히 영화 속에서 좋아하는 남자 배우가 담배를 피우면 멋있잖아요. 당연히 따라 해 보고 싶죠.”

영화를 좋아하는 강병준(18,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군. 그는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받아 보기도 하고, 주말에 친구들과 영화관에도 가기도 한다. 강 군은 멋있는 남자 배우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오면 눈을 더 휘둥그레 뜨고 바라본다고 한다. 남자다워 보이기 때문.

강 군은 “(남자배우가) 주머니에서 지포라이터를 꺼내 엄지손가락으로 뚜껑을 튕겨 올리는 데 소리가 정말 최고예요. 담배 끝에 불을 붙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면 정말 반하죠”라고 말했다.

‘흡연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다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정말 담배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걸까?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NO”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소년, 시각적으로 배우기 시작

전문가들이 꼽은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영화 속 흡연 장면’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시각적으로 담배를 배우는 것. 실제로 영화 속에서 흡연 장면을 접한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흡연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수록한 ‘국내 청소년의 과거 영화 속 흡연장면 노출 정도와 현재 흡연 유무와의 관련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1075명을 대상으로 2005∼2006년 개봉된 총 70편의 한국 영화 관람 여부를 물어본 후 해당 영화 속 흡연 장면을 계산해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흡연 장면에 노출됐는지 산출했다.

조사 결과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들은 평균적으로 137.4회의 영화 속 흡연 장면을 봤고,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은 이들은 평균 74.4회의 흡연 장면에 노출됐다. 이는 현재 흡연하고 있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과거에 영화를 통해 더 많은 흡연 장면을 본 것을 의미한다.

◆처음 경험한 나이 ‘10~13세’

더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이 흡연 장면을 ‘폐암’과 연관시키기보다는 흡연에 대한 동경심을 갖는 데서 그치고 만다는 점이다. 또한 흡연연령도 계속 낮아지고 있어 사태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OECD 남성흡연율에 육박하며, 미국 청소년보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 청소년 흡연율은 최근 10년간 11~12%를 기록하고 있고 흡연을 처음 경험하는 나이가 10~13세로 낮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정해익 회장은 “흡연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흡연량이 많을수록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며 “담배를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하고 접하는 청소년들은 폐암뿐 아니라 다른 암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 학교 폭력 등 청소년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흡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청소년 관람가능 영화의 경우 흡연 장면 삽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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