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 편의점에서 점원이 손님에게 줄 담배를 고르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며 그 결과 청소년들은 담배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명 중 1명 직접 구매
편의점 구매성공률 ‘76%’
담뱃값 인상? 말뿐인 정부
“마케팅·광고도 규제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수업을 마친 김모 군은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계산대 앞에서 빵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딩동’하는 소리와 함께 40대의 한 남성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OO 한 갑 주세요.” 남성의 목소리에 김 군은 고개를 들고 계산대 쪽을 바라봤다. 점원은 몸을 돌려 일렬로 진열된 담배 가운데 OO을 골랐다. 김 군은 남성이 담배를 계산하고 편의점을 나갈 때까지 계속 그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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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모습이다. 너무나 당연한 장면이라 ‘이게 무슨 문제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례는 청소년들이 담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익숙해지고 구매심리까지 위협받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가 서울시 소재 중·고등학교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계산대 등에서 담배 진열을 본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무려 95.3%가 ‘있다’고 답했다. 하루 한 번 이상 담배 진열을 본다는 학생도 35.2%나 됐다.

특히 대부분의 편의점은 담배광고와 청소년 물품과의 진열 거리가 10㎝이하여서 담배에 대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충분해 보였다.

이는 청소년들의 담배 구매 욕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제16조’에 따르면 당사국들은 미성년자의 담배판매 및 구매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미성년자 대상 담배판매 및 무료배포 금지 ▲소포장 판매 금지 ▲담배모양 과자 및 장난감 제조 금지 ▲담배자판기 설치 금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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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조항에 따라 국제사회는 미성년자가 흡연인구로 진입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연령제한을 엄격히 해 담배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청소년들은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 7만 24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2013년)에 따르면 남학생 14.4%, 여학생 4.6%가 흡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남학생의 2명 중 1명은 편의점이나 가게 등에서 담배를 직접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를 사려고 시도했다가 구매에 성공한 비율도 76%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김은지 연구원은 “담배가 청소년들에게 판매 금지된 물건이지만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계산대 부근에 진열돼 있다”며 “화려하고 멋있는 포장지로 인해 아이들이 담배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에 담뱃값 인상해 청소년 흡연을 줄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 인상이 효과적”이라며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담뱃세 인상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자장면 가격보다 더 저렴한 2500원(에쎄라이트 기준)이다. 지난 2004년 담뱃값을 500원 인상한 후 10년 동안 한 번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관계부처의 반응은 미온적이어서 복지부의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김 연구원은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위해서는 담배가격 인상과 함께 담배 마케팅, 광고 규제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부모들은 화장실이나 베란다 등 아이가 보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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