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당 대표 권한대행이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박 대행의 추대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 등 5개항을 공지했는 바, 이 결의 내용은 외양상 정당 내부의 정상적인 조치로 하자(瑕疵)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당헌 규정에 비춰보면 분명히 맞지 않는 일이다. 당헌상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위원장을 선출하거나 추대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비상대책위원회에 관한 규정이 있는 새누리당의 경우(당헌 제113조)와는 달리 새정치연합 당헌 본칙 규정에는 비상 국면이 발생된 7월 31일자까지 ‘비상대책위원회’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없었다. 다만 그날 지도부가 물러나면서 임시 조치로 당헌 부칙 제2조(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특례)를 신설했는 바, 그 내용은 “공동대표와 최고위원이 모두 궐위된 때에는 당헌 제25조 제3항 3호 규정에 의한 직무를 대행하는 자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정당은 자치규범인 당헌·당규에 의해 권한이 부여되고 당무가 집행되는 결사체 조직임에도 새정치연합은 비상 국면을 맞을 때까지 중앙위원회(대의기관)와 당무위원회(집행에 관한 최고의결기관)가 구성되지 못했다. 중앙위원회, 당무위원회의 권한을 창당 당시 당헌 부칙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위임한 것인데, 이마저도 지금은 최고위원회의가 해체된 상태니 당 지도부가 사퇴해서도 그렇지만 불비(不備)된 당헌상으로 볼 때에도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것이다.

현행 당헌 부칙(제7호)에 의해 박영선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 성격인 ‘국민공감혁신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혁신위원회가 최고위원회의를 대신한다는 규정이 없다. 혁신위의 권한과 기능이 당헌상 없으면 자칫하면 권한 없는 기관의 행위로 처리한 일마다 무효원인이 될 소지가 따른다. 그렇다면 적법한 방법은 창당 당시 마련한 부칙 조항(제1호)에 근거해 당헌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최고위원회의를 부활시켜서 ‘비대위의 권한 명시와 함께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대체’할 수 있는 당헌 개정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혁신위를 가동시키는 일이다.

박 권한대행은 당 비상대책부터 당헌을 좇아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정당의 민주적 활동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방법의 합법적 내용과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당헌상 권한 없는 혁신위를 가동시켜 당무를 정상화시킨다고 해도 향후 혁신위의 권한 적법성 문제나 법정시비가 야기될 경우 더 큰 위험에 봉착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꿰서 사용할 수 없으니 혁신위의 시작부터 올바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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