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곽해는 지 땅의 출신이며 자는 옹백이다. 유명한 관상가 허부의 자손으로 그의 아버지도 협기가 있는 사람이어서 문제의 시대에 법을 범하여 죽임을 당했다.

곽해는 몸집은 작았지만 빠르고 날쌘 동작의 소유자로 술은 마시지 않았다. 젊었을 때에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은 난폭자여서 자신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일이 많았다.

동료들에게는 의리가 굳고 친구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복수를 하며 찾아오는 자에게는 비록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기꺼이 숨겨 주었다. 처음에 그는 강도질을 하고 화폐를 위조하고 무덤을 도굴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나쁜 일을 저지르고 다녔다.

그런데 그에게 하늘의 도움이 있었는지 궁지에 몰리면 반드시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고 관리들에게 붙잡히더라도 곧 석방이 되었다.

곽해는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이 변했다. 외고집을 부리는 일이 없어졌다. 오만방자한 행동도 없었다. 원한에는 덕으로 대하고 약자에게는 은혜를 베풀면서 보답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타고난 협객으로서의 행동을 사랑하는 그의 성격은 더욱 더 강해졌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도 결코 자만하는 일도 없어졌다.

그러나 그의 잔인한 성품은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사소한 원한에도 갑자기 그 전과 같은 잔인성이 나타나 분을 삭이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젊은이들이 대신 나서서 분풀이를 갚고 그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곽해 누이의 아들이 그의 세력을 등에 업고 아무데서나 횡포를 부리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싫어하는 상대를 술집으로 끌고 가서 마구 마시게 했다. 더 이상 못 마시겠다고 하는데도 자꾸만 강요했다. 상대는 홧김에 칼을 빼서 그를 찔러 죽이고 달아났다. 곽해의 누이는 곽해를 찾아와 몹시 화를 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내버려 두어도 괜찮으냐? 죽은 것은 네 조카가 아니냐?”

곽해를 나무란 누이는 시체를 길바닥에 버려 둔 채 장례를 지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곽해의 체면은 완전히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곽해는 부하들을 여러 곳으로 보내어 범인을 찾게 하였다.

범인은 더 이상 도망할 곳이 없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곽해 앞에 나타나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하게 되었다. 그의 말을 들은 곽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네가 그 놈을 죽인 것은 잘못이 아니다. 잘못은 내 조카에게 있다.”

곽해는 그 자리에서 조카의 잘못을 시인하고 상대방을 풀어주었다. 곽해는 조카의 시체를 집으로 가져다가 묻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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