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이재현 회장이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고등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CJ 이재현 회장 측이 1심 유죄 판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재무팀장의 진술 신빙성을 약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10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이 회장의 4번째 항소심 공판이 열린 가운데, 변호인 측은 손결산・이결산의 별도 관리 문제와 함께 당시 재무팀장 이모 씨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이모 씨가 당시 재무2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회삿돈 220억 원을 횡령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있는 바, 이 씨가 자신의 비위를 두둔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변호인 측은 당시 이모 씨와 함께 일했던 직원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이모 씨가 원심에서 증언한 내용 중 일본 부동산 매입 과정에 일부분만 관여했다는 내용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변호인 측은 “그 사람의 됨됨이나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평가도 이 전 재무팀장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데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신문 취지를 밝혔다.

이날 출석한 증인 이모 씨는 당시 상사였던 이 전 팀장이 회사 자금을 운용함에 있어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고 2006년 가을부터 팀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대처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다 2007년 3월 신동기 부사장에게 이를 정리해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신동기 부사장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 전 팀장과 면담하던 중, 이 팀장이 가방에 회삿돈 5억 원과 각종 기밀서류 등을 챙겨 승용차로 떠났고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팀장이 허위 결산보고서를 만들었던 사실을 후임자로부터 들었고, 220억 원도 한번의 실수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조금씩 누적된 금액”이라며 “본인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거짓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진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팀장이 회사 자금 5억 원을 가지고 떠나는데 그것을 그대로 보낼 수 있냐”며 이유를 추궁했다. 또 증인이 이 회장으로부터 직접 현금 2000만 원을 격려금으로 받은 사실에 대해 “성과급이나 인센티브는 보통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지급되는 데 보통인데, 회장이 준다는 것은 충성도에 따라 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게 아니냐”며 신문을 이어갔다.

이 밖에도 이날 공판에서는 증인 한모 씨를 대상으로 손결산과 이결산의 구분 관리에 대한 날선 공방이 계속됐다. 변호인 측은 2가지가 엄격히 구분되어 관리가 이루어졌음을 증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손결산’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 등을 말하며, ‘이결산’은 이재현 회장 개인 실명의 재산, 회사의 사입금, 기타자금 등을 말한다. 손결산 중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삼성화재 주식 매각금 1500억 원을 종자돈으로 해서 늘어난 돈이 포함된다. 증인 한 씨는 손결산・이결산, 이 2가지가 금고 안에서 각각 안쪽과 바깥쪽에 따로 놓여 엄격히 구분됐다고 진술했다.

한 씨가 당시 일명 ‘장충동’에 전달한 금액을 놓고도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회장의 자택을 의미하는 ‘장충동’에는 이 회장의 모친 손복남 고문과 누나 이미경 부회장 등 가족에게 생활비・카드결제금 등으로 연 12억 원 이상이 전해졌다. 여기에 비정기적으로 전해진 돈을 더하면 연 34억 원 규모다. 이에 대해 한 씨는 “모두 손결산에서 지출됐으며, 노트를 동원해서 굳이 관리한 이유는 손결산과 이결산이 엄연히 구분된 자산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CJ “이 회장, CMT와 정신적 스트레스 심각”

지난달 24일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은 이날 서울대학교병원 구급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 공판에서는 마스크를 쓴 채 수척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도중에 주치의가 챙겨주는 약을 먹고, 휴정을 하는 동안에는 혈압을 체크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구치소에 있는 동안 재활치료가 중단돼 유전병인 CMT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손발의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소실되는 CMT는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까지 구치소에 있다 보니 재활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장 이식은 했지만 정상적인 활동은 원활치 않을 것”이라며 “경영자로서의 삶도 끝나간다는 사실에 정신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변호인 측은 증인 1명을 비롯해 피고인 신동기, 성용준에 대한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지난 2월 CJ글로벌홀딩스 신동기 부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성용준 CJ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한편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 등에 대한 증인 신청은 재판부의 허가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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