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주 어머니와 아들. ⓒ천지일보(뉴스천지)

근육으로 뭉친 다리, 햇빛 아래 얼마나 달렸는지 검게 그을린 그의 피부는 그간의 업적들을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21일 오전 8시 대전 한밭종합운동경기장에서 이봉주 선수의 41번째 달리기가 시작됐다. 이봉주 선수의 경주를 지켜보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있던 팬들은 “오늘은 꼭 1등을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지만 한편으론 “중도에 포기하면 어쩌나”라며 우려 섞인 시선으로 경주 시작을 함께했다. 그렇게 그의 마지막 달리기가 시작됐다.

2시간 15분 25초.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도 이봉주 선수는 참가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시간을 기록하며 1위라는 영광스러운 정상의 자리를 지켜냈다.

▲ 이봉주 은퇴식. ⓒ천지일보(뉴스천지)

경기가 끝난 후 11시 30분 감격스러운 성과를 얻은 마지막 마라톤을 뒤로 하고 이봉주 선수의 은퇴식이 이어졌다.

▲ 이봉주가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년 마라톤의 종지부를 찍은 오늘, 세계 유일 4연속 올림픽 출전과 최초 41번의 완주라는 기록을 남긴 채 마라톤에 ‘굿바이’를 선언한 이봉주 선수는 기자회견장에서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운동을 해 왔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3남 2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그는 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 복싱과 태권도로 운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육상은 20살이 되던 해 열린 71회 대전전국체육대회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93년 호놀룰루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13분 16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2시간 12분 39초로 은메달을 따냈다.

98년 로테르담 마라톤에서는 2시간 7분 44초로 한국 신기록 2위를 기록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특히 2000년 도쿄 마라톤에서 2시간 7분 20초라는 기록은 현재 9년째 한국기록으로 남아있다.

이봉주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다”며 41번의 경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오늘”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피니시를 보는 순간 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더 가슴이 뭉클했다”며 우승의 순간을 떠올렸다.

끝으로 그는 “그동안 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셨다. 뛸 때마다 편하게 보시지를 못하셔서 이제 은퇴하니 마음은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가족에게 못해줬던 것을 해주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20년 그의 달리기는 끝이 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기록들과 포기를 모르는 그의 열정은 아직도 이봉주가 달려주길 바라고 있는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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