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현직 소방관이 ‘소방관 국가직 전환 요구’ 레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1인당 책임 국민 1359명… 소방 차량 등 안전 장비 노후율 22.8%

일부 장비 사비로 구입
구조작업시 인원 부족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지난 7일 오전 27℃가 넘는 초여름 무더위에 소방복과 안전 장갑, 보호모 등으로 완전무장한 현직 소방관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등장했다. 그의 손에는 ‘안전도 빈부격차?’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최근 5년간 29명 순직, 1626명 부상… 소방관이 위험하면 국민도 위험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날 1인 시위에 참여한 그는 소방발전협의회 소속 현직 소방관이다. 이 단체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소방관 119명의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소방관들이 이같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각 소속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소방관의 활동에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는 더 위급한 사안에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소방관 복지에 신경을 쓸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렇다보니 응급구조상황에서도 빈부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한 현직 소방관은 “서울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지만 사람이 많고 땅이 넓은 경기도와 다른 지방은 열악하다”며 “장비가 오래됐는데 여건이 안 돼 그냥 쓰는 경우가 많고 10~15만 원대 장비는 사비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소방관들의 처우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대형사고가 터질 때만 반짝 이슈가 되고 묻혀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방 차량 등 안전 장비의 노후화다. 지난 4월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소방장비통계집에 따르면 진압‧보호장비의 총 노후율은 평균 22.8%로 지난해(12.5%)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북(38.3%) 대전(35.2%) 인천(31.4%) 서울(29.4%) 창원(28.8%) 전북(28.7%) 강원(28.3%) 대구(27.8%) 전남(24.0%) 충북(22.7%) 순으로 노후율이 높았다. 또 전국 소방차량 5682대 중에서 내용연수가 지난 차량은 1202대로 21.15%에 달했다. 결국 소방관들은 노후장비와 차량을 이용해 목숨을 걸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뛰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민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시판에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평소 활동할 때 신는 활동화가 다 떨어져서 신발지급을 요구하니 예산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한다. 구조구급활동 때 신는 신발이라 빨리 떨어지는데 2년이 다되어도 지급이 안 되고 있다”고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방관들의 업무 강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 2월 가수 김장훈이 ‘대한민국 소방관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밝힌 공식 자료에 따르면 소방관 1인이 책임지고 있는 시민은 1359명이다. 이는 미국(912명)과 일본(799명)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소방관들은 2조 3교대가 기본 근무형태지만 최근 들어 경기도 지역을 비롯해 3조 3교대로 점점 바뀌는 추세다. 하지만 인원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아직도 2교대 종일근무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소방관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A(27, 남)씨는 “구급차가 출동할 때 3명이 1조로 함께 나가야 하는데 인원이 모자라 2명이 나가기도 한다”며 “지방에서는 3명을 채우려고 나이가 많은 구급대원을 조에 편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비와 인력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소방사무가 지방직이어서 정부예산을 늘려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방관처우개선을위한운동본부 배선장 본부장은 “지자체 예산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방관 처우개선 문제는 국가직으로 전환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며 “현재 소방방재청을 국가안전처로 바꾼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소방관 업무를 모르는 책임자가 서게 되면 소방관 처우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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