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광주가 뜨겁다. 새정치연합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놓고 빅3의 대결구도가 뜨겁다. 게다가 안철수 공동대표가 개혁(전략)공천으로 ‘윤장현 카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선거결과에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강운태 현 시장은 탈당과 동시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용섭 후보 역시 탈당을 하더니 국회의원직까지 던졌다. 세 후보가 모두 벼랑 끝에서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광주 여론이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개혁공천은 양날의 칼

새정치연합 당헌 당규에는 개혁공천(전략공천)의 근거를 두고 있다. 굳이 당헌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기 위해선 개혁공천이 불가피하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기득권을 지켜온 인물들을 물갈이하기 위해서는 중앙당 차원의 개혁공천은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고 지역에 맡겨 놓는다면 이미 조직을 다진 기득권 세력을 당해 낼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지역 토호들의 잔치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대표에게 광주는 ‘새정치’ 실현의 거점 지역이다. 여기서부터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당장 공동대표 자리도 위태롭게 될 것이다. 그렇잖아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로 안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투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6.4 지방선거에서조차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 상처는 더 깊어질 것이다. 따라서 광주에서 새정치에 부합하는 윤장현 카드를 뽑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윤장현 후보의 인물 됨됨이나 경력, 품격 등을 볼 때 안철수 대표가 말한 대로 새정치에 부합하는 적임자임에는 틀림없다. 안 대표 스스로 ‘광주의 박원순’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고 지도부의 절박한 결단이라고 하더라도 좀 더 매끄러운 방법이 없었는지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정치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과정에서의 정당성 확보야말로 민주주의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그런 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다. 물론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애도 분위기에서 대놓고 정치적인 접근을 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당 안팎으로 좀 더 설득력 있는 접근이 필요했다. 왜 윤장현 카드가 필요했는지, 광주가 왜 중요한지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이제 윤장현 카드의 성패 여부는 광주시민들의 몫이다. 그 결과에 따라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도, 그의 당내 영향력도 그리고 총선과 대선 비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잘만 된다면 정면대결을 펼친 ‘결단의 승부사’로 평가될 것이다. 반대로 윤장현 카드가 실패한다면 더 큰 위기로 내몰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칼은 뽑았다. 어느 쪽이 웃을 수 있을 것인지, 말 그대로의 양날의 칼이 광주 시민의 손으로 넘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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