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불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의 임신을 위해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 시킨 배아를 임신의 목적 외에 치료·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던, 배아의 치료·연구목적 사용 및 폐기 등의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8일 대심판정에서 배아의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법률 13조 1항 등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의 화두는 인간 배아가 헌법상 존엄과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완전한 생명체’에 해당하는가와 그에 따른 배아의 연구나 치료목적 이용 및 폐기가 생명의 가치를 침해하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청구인 중에는 인공 수정으로 배아를 만든 부부와 그 부부의 ‘배아’들이 청구인으로 나서면서 큰 관심을 끌었으며, 이에 배아가 청구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됐다.

일반적으로 수정된 배아가 모태에 제대로 착상하는 비율은 약 20~30%정도이기 때문에 시술시 과배란 유도로 수개의 배아를 만들고 있다. 그에 따라 착상이 되고 남은 배아(잔여배아)를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위헌심판 대상이 된 법률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일부 조항인데, 특히 동법 16조 2항은 ‘연구의 목적으로 이용하지 아니하고자 하는 배아를 폐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논란을 일으켰다. 배아를 생명체로 보는 관점에서는 명백한 ‘살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동법은 배아의 연구 목적 이용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윤리적인 관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배아 줄기 세포가 난치병 및 희귀 질병 치료에 사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날 청구인 측의 주요 주장은 ‘배아도 엄연히 인간과 같은 생명체’라는 것이었다.

청구인들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조덕제 변호사는 “인간이 배아에서 태아가 됐다가 출생을 하는 과정은 동일한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배아는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거나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법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아 실험으로 배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성체 줄기 세포가 배아보다 우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생명을 박탈하면서까지 실험을 하는 이유를 이해 못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자녀 배아가 생성이 돼 새로운 생명체로 출범한 이상 그 처분에 대해서 배아생성 관련자(부모)라 할지라도 폐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자연 생명체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잔여배아는 무기한 보관해야 하는가’라는 이동흡 재판관의 질문에 대해 “생명체인 이상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 보관해야 하고, 기본적으로는 잔여배아가 생성되지 않도록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는 출생 전 배아를 원하는 사람에게 입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구인 측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한 신동일(한경대) 교수도 “수정시점부터 배아는 ‘잠재적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한 사람의 생명체로서 보호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생명공학의 방향성을 보더라도 배아보다는 줄기 세포를 연구에 이용하고 있고, 이런 변화는 근본적으로 배아의 이용이 윤리적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으로 인간 배아를 인간으로 선언한 나라는 없지만, 인간과 다른 존재로 보는 나라도 없다. 따라서 임신 이외의 목적으로 잔여배아가 생성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해관계기관 보건복지가족부의 대리인 박종욱 변호사는 “먼저 착상될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태에 있는 냉동배아를 착상된 배아 또는 태아 및 사람과 동일한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인 부적격을 지적했다.

이어 “배아를 통한 연구가 윤리적인 논란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희귀 질병 및 난치병 치료 등 인간의 복리를 위해 연구의 필요성이 있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직간접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배란 유도에 대해서는 “과배란 유도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난자 채취를 자주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은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률이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정을 해나가며 풀어야할 것이지 법률 그 자체의 위헌성 여부를 따져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다른 이해관계기관인 법무부도 서면을 통해 “배아가 인간과 완전히 동등한 존재라고는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에게 인정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해관계기관의 참고인 김현철(이화여대) 교수는 “배아의 생명이 보호받을만한 가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과 동일한 모든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이외에도 ▲잔여배아를 생성시키지 않는 방법 ▲우성배아와 열성배아를 구분해 관리해야 하는지 여부 ▲배아의 사용·폐기와 비교해 낙태가 갖는 의미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부모의 배아 연구목적 사용 거부의 어려움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