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정혜사·간월암 인수인계 공문 발송
수덕사 “사찰권리 주장 인정할 수 없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법인법 추진을 두고 조계종과 갈등을 겪고 있는 재단법인 선학원이 예산 정혜사의 사찰운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수덕사 측에 통보했다. 수덕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수덕사(주지 지운스님)와 정혜사는 “재단법인 선학원이 동안거 해제일인 14일 정혜사 사찰운영권을 인수인계받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앞서 선학원은 지난해 1월 수덕사 측에 “조계종 덕숭총림 임회가 가지고 있는 정혜사와 간월암의 창건주 권한을 회수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어 9월에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덕숭총림 임회의 정혜사와 간월암 창건주 권한을 취소하고 사고사찰로 지정했다.

선학원은 정혜사에 보낸 2월 3일 자 공문을 통해 14일 오전 9시 인수인계 절차를 개시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인수인계 절차를 방해하거나 비협조로 인해 민형사상 제 수단을 행사하는 경우가 발생되질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덕사 “정혜사 인수인계 협조 못해”

조계종 7교구 본사 수덕사는 선학원의 예산 정혜사와 서산 간월암에 대한 권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수덕사는 “향후 더 이상 정혜사와 간월암에 대한 선학원의 부당한 분원장 임명이나 분담금 부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혜사 인수인계 절차에 협조해달라는 선학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수덕사는 “정혜사는 만공스님이 주석하시면서 간화선 진작과 근대불교 중흥을 위해 선학원 창립을 주도한 상징적인 도량”이라며 “이런 사찰에 대해 선학원이 인수인계를 통보하고 나서는 것은 근본정신을 잃고 재산에만 관심을 가진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덕사의 말사인 정혜사는 선학원의 분원으로 중첩 등록돼 있다. 간월암은 정혜사에서 건립한 사찰이다. 정혜사는 근대 한국선불교 중흥 계보를 이은 만공스님이 선학원 창립을 주도했으며, 선학원과 관련을 맺은 도량이다. 현재는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이 주석하며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법인법 문제해결 위해 지혜 모아야”

종단 내에서는 선학원과 수덕사가 사찰운영권을 놓고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계종 종회의장 향적스님은 최근 열린 의장단·상임분과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종회 선학원특별위원회(위원장 성직스님)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향적스님은 “최근 선학원 측이 수덕사와 정혜사에 인수인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원장 성직스님이 3월 종회 전 종정스님을 찾아뵙고 중재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하는 등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직스님은 “선학원 측이 2002년 합의 준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공식적인 만남을 한 번도 갖지 못했다”면서 “법인법 문제는 감정을 내세우기보다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덕사와 선학원이 정혜사와 간월암의 사찰운영권을 두고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운 가운데 갈등이 커지고 있다. 법적다툼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조계종 총무원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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