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우가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산악클러스터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 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소치=연합뉴스) 한국 스키에도 이제 세계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 수 있는 선수가 생겼다.

남자 모굴 스키의 '신성'으로 불리는 최재우(20·한국체대)가 그 주인공이다.

최재우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파크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모굴 2차 예선에서 21.90점을 획득, 2위에 올라 총 20명이 겨루는 결선 1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가 올림픽 결선 무대를 처음으로 밟는 순간이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윤채린이 한국 최초로 여자 모굴에 도전했으나 예선 최하위에 머물렀고, 2010년 밴쿠버에서 서정화(24·GKL)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소치에서도 여자 모굴의 서정화와 사촌 동생 서지원(20·GKL)이 예선 탈락했지만, 바통을 이어받은 최재우가 마침내 결선 진출을 이뤄냈다.

앞서 결선에 직행할 10명을 먼저 가리는 1차 예선에서 15위에 이름을 올린 그는 2차 예선을 무난히 통과하며 기다렸던 결선 무대에 나섰다.

이어진 결선 1라운드에서는 10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10위는 한국 스키 선수가 동계올림픽 개인전에서 기록한 최고 순위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스키 개인전에서는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허승욱 현 스키협회 알파인 위원장이 남긴 21위가 가장 높은 순위였고, 단체전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스키점프 대표팀이 남긴 8위가 최고 순위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쓰기 시작한 최재우는 결선 2라운드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났다.

첫 번째 공중동작을 마치고 모굴 코스를 내려오던 중 발이 잘 맞지 않으면서 멈춰 서고 만 것이다.

결국 실격 처리된 최재우는 6명이 겨뤄 메달 주인공을 가리는 최종 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2018년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기약하게 됐다.

실격을 당하고서 코스에서 내려와 드러 누워버린 최재우의 표정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이날 최재우가 보여준 공중 동작 등은 세계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2011년 토비 도슨 코치를 만난 이후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스키 역대 최고 성적인 5위에 오르는 등 최재우는 한국 스키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결선 최종 라운드 진출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올림픽은 최재우의 더 큰 잠재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턴을 보완하고 앞으로 더 많은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는다면 4년 뒤 평창에서는 '한국 스키 최초의 메달 획득'도 결코 꿈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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