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논란이 사실상 노동계의 승소로 마무리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18일 상여금은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져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생일축하금·휴가비·김장보너스와 같은 복리후생비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3월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후 160여 개 노조들은 회사를 상대로 과거 3년 동안의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실제 각 노조가 요구한 정기 상여금이 소급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이 신의성실원칙을 이유로 정기 상여금 소급 적용이 회사 경영을 위태롭게 할 경우 추가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모호한 기준을 내놨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판결로 앞으로 매년 늘어나는 수당·퇴직금 부담이 기업 전체적으로 8조 8600억 원에 이르고 그중 중소기업 부담액만 3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 법원은 이미 통상임금 범위를 상여금까지 확대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지침’에서 제외시킨 건 고용노동부였다. 기업은 이를 근거로 노동계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기본급은 올리지 않고 각종 상여금을 올리는 편법을 써왔다. 이 때문에 상여금이 25가지나 되는 기업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부터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늘어나고 법정 근로시간도 단축될 예정이어서 기업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판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업들이 상여금 축소, 연봉제 확대 등 임금체계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논란은 통상임금에서 임금체계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성과급제로 전환한 대기업의 경우 일부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직무 난이도와 성과를 반영한 표준 임금체계가 정부차원에서 속히 제시돼야 한다.

통상임금에서 정기 상여금을 제외하도록 한 정부의 지침이 오히려 편법을 부추기고 기업에 부메랑이 된 만큼 정부는 보편타당한 임금체계를 신중하고 신속히 개발해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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